첫번째 단편 <사령처럼 걷는 것>의 감상을 우선 남긴다.

귀족 가문 출신에 흰 피부를 가진 미청년, 하지만 괴담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는 결점(?)을 가진 도조 겐야의 학생시절을 다룬 단편집이다. <사령처럼 걷는 것>의 무대는 굴지의 민속학자 미야모토 타케시의 본가다. 미야모토 교수는 매년 제자인 민속학자 4명을 초대하여 새해맞이를 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겐야도 함께하게 되었다.

첫장면은 역시나 두근두근 괴담 이야기. 남태평양의 부족 ‘스그뇨 족‘을 연구하는 이사카 아쓰노리가 부족의 장례식에서 ‘사령(死霊)‘이 일으키는 괴이현상 체험한 일을 풀어놓는다. 원한을 품고 죽은 자의 사령이 장례식장에 출몰하여 사람을 저주하여 죽였다는 것. 이사카는 아무도 출입하지 못할 밀실 상황에서 사령의 발자국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리고 일어나는 살인사건. 피해자는 이사카다. 그는 옅게 눈이 내린 현장에서 스그뇨 족이 사용하는 독에 의해 절명했다. 살인사건임은 분명하지만 현장에는 범인의 발자국이 없다. 남은 발자국은 현장에서 꽤 떨어진 곳에 찍혀 있지만, 그 모양이 괴상하다. 게다가 시체의 제일발견자가 된 겐야는 아무도 신지 않은 게다가 스스로 움직여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을 목격한다.

여러 가지 검증으로 사건 현장이 눈에 의한 밀실이었음이 드러난다. 용의자인 민속학자들의 알리바이도 확실하다. 마치 사령의 소행인 듯한 괴이함에 겐야도 두손 두발 다 들려는 순간... 겐야의 방문 앞에 다시금 ‘저절로 걷는 게다‘가 등장하고, 이 괴현상을 통해 겐야는 사건의 트릭을 눈치챈다.

요약하면 이런 이야기인데... 최후에 밝혀지는 트릭의 정체에선 ˝그런 트릭 진짜 가능한 거냐!˝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뭐, 다소 황당무계함을 감수하고 물리적인 장치에 의한 트릭을 피로해낸 점은 정말 좋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라고 변명하고 싶지만 그냥 머리가 나빠서인 것 같다) 주어지는 정보를 거의 따라가지 못했다. 위치관계와 알리바이 둘 다 파악이 안 되는 상태로 뭐랄까 최순실 건의 청문회에 불려나온 요즘 늙은양반들처럼 웅얼웅얼 홍알홍알하는 상태로 봤다. 그러다 보니 인물들의 이름이 헷갈렸다. 아~ 준수한 소품인데 제대로 즐기지 못해서 아깝다.

무대나 분위기, 트릭의 성격 같은 게 <소년탐정 김전일>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도조 겐야 시리즈의 장편은 상당히 빡세겠지만, 이런 단편이라면 만화화하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싶다.

다음에 읽을 단편은 중간의 몇 개를 건너뛰고, 셀프타이틀 <생령처럼 겹치는 것>으로 정했다. 단편들 중 가장 평이 좋은 축에 속해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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