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브라더 선 시스터 문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평점 :


온다 리쿠의 2009년작으로 국내 초판은 2011년이다. 원서나 번역판 발간 당시에는 시큰둥하다, 어제 중고매장에서 슥 눈에 들어와 충동적으로 샀다. 그리고 방금 한번 다읽었다.

약간 충격을 받았다. 이걸 어째서 관심 두지 않았던 건가, 자칫하면 영원히 읽지 않을 뻔했다는 데 현기증이 난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야기다.

세 명의 인물이 각자 한 챕터를 배분받아 대학교 시절 추억을 더듬는다는 체제인데, 각 챕터가 트레이싱페이퍼에 그려진 그림 같다. 한 장 한 장이 독립된 그림으로서 충분히 감상할 가치가 있지만, 세 장을 겹침으로써 전체상이 완성된다. 트레이싱페이퍼의 겹쳐진 선과 색의 아련하고 모호한 질감, 여백의 맑고 섬세한 결, 그런 게 이 책을 읽고 떠오른 이미지다.

각 챕터별 구성의 묘도 인상적이다. 첫째 챕터는 세부만으로 변죽을 울리는 듯하면서도 뭐랄까 어디선가 들어본 듯, 편안한 수다 같은 느낌. 두 번째는 가장 스트레이트한, 좀 쌉싸름한 청춘소설. 세번째는 한 인물의 내면독백과 외면의 관찰이 번갈아 등장하는, 시나리오와 트리트먼트의 교차서술같은 구성. 이중주를 연상시키는 이 마지막 챕터가 가장 무겁고, 첫째 챕터가 가장 가벼운 터치. 회화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균형과 리듬을 염두에 두고 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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