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중 가장 난이도 높은 추리소설은 쓰쓰이 야스타카의 <로트렉 저택 살인사건>으로, 결말의 논증을 따라가다가 이건 안 되겠다고 도중에 책을 덮었다. 진상의 증명 자체가 난해한 건 아니었다. 다만 내 주의력과 추론능력과 작업기억능력으론 사건편(?)을 열 번 봐도 진상에 도달하지 못하겠구나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 <로트렉 저택>의 난이도를 10점으로 뒀을 때,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은 8점 정도 될 거 같다. 이 책은 1996년 초간된 장편 본격추리물이다. 권말해설에 의하면 <본격미스터리의 교과서나 입문서>로 평가된다고 한다. 그런 평이 이해가 되는 건 클래식한 클로즈드 서클이라는 무대설정을 취하고 있고, 일견 심심해 보이지만 알리바이에 심리적 맹점, 물리적 위치관계, 인물에 관한 정보, 소도구의 동선, 소도구를 사용한 문제해결 등 곰곰 따져 보면 압도적으로 다양한 소재를 구사하여 수수께끼를 구축하고 있는 데다가 해결부의 논리 전개도 견실하기 때문이다.

역시 권말해설에 의하면 저자 구라치 준은 본인의 작품을 <본격미스터리에 대한 패러디>라고 불렀다. 교과서/입문서이면서 패러디라는 게 무슨 뜻일까. 그건 읽어보면 감이 잡힐 일이기도 하다. 패러디 작법에는 원전에 대한 많은 지식과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게임의 규칙을 비트는 일이기에 먼저 게임 규칙을 숙지, 플레이에 숙달해야 한다는 뜻이다. <별 산장>의 수수께끼를 구축하는 압도적으로 다종다양한 `소재`들을 생각해보면 과연 숙달자라고 감탄하게 된다.

사건은 단 두 개밖에 벌어지지 않았지만 다각적 검토와 논리적 구성력이 필요하기에 퍼즐의 난이도는 대단히 높다. 각 챕터 첫머리에 둔 작가의 배려(?)덕분에 진범을 맞히는 것 자체는 독자에 따라 의외성이 없을 수도 있으나, 도출 프로세스까지 따라가는 건 정말 어려울 거다.

메모를 끄적이긴 했지만 금방 지쳐서 못 따라갔다. 읽는 거 자체가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무척 재밌었다. 추리소설을 읽는 게 독서능력 함양에 큰 도움이 된다는 글을 읽은 거 같은데, 확실히 이런 글은 머리를 풀가동해야 돼서 공부가 많이 될 거 같다.

사족으로 가장 마음에 든 캐릭터는 역시 매력적인 추리를 보여준 초미남 호시조노 시로다. 처음 등장한 순간 ˝이거 각트 아냐!˝라고 생각했는데, 역자후기를 보면 역자님도 똑같은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러니까 완전 각ㅋㅋㅋㅋ트ㅋㅋㅋㅋㅋㅋㅋ 금방이라도 ˝내가 비사문천이다!˝라고 호통 칠 거 같았음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이 각트. 호시조노 이런 느낌으로 막 느끼한 대사 치고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이러고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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