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노혜숙 옮김 / 북로드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 창의성의 즐거움

원제: Creativity

저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Mihaly Csikszentmihalyi]

이 책은 창의성에 대한 연구 보고서이다. 그러나 정보 이외에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무미건조한 '보고서'들과는 달리, 한구절 한구절이 오랜 연구에서 우러나온 작가의 통찰력으로 빛나고 있다. 책의 목적과 다루는 분야, 서술 방식을 다 떠나서도 이 책의 책으로서의 가치와 글로써의 아름다움은 높은 수준이다.

저자는 '어떻게 사는 삶이 바람직한 삶인가'의 화두에 깊이 사로잡힌 사람들 중 하나다. 그는 그 답을 '행복한 삶' 이라고 보고, 인간의 행복에 대해 심리학자로서 오랜 연구를 해 왔다. 현재 그가 도달한 행복의 조건은 '몰입'과 이를 심화시킨 '창의성'인 듯이 보인다. '몰입'은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햐는 핵심 요건이며, '창의성'은 더 나아가 인류 전체의 삶의 질을 끌어올릴 가능성을 가진다.

저자가 정의하는 '창의성'이란 '문화 속에서 어떤 상징영역을 변화시키는 과정(17p)'이다. 창의성은 영역, 현장, 개인의 세 요소로 이루어지는 한 체계이다. 우리가 흔히 '그는 창의적인 사람이다'라고 말할 때의 '창의적'이 의미하는 바는, 저자에 의하면 '똑똑하거나' '독창적인' 것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28p). 저자는 앞서 말한 '체계로서의 창의성'과, 일반인의 관점에 가까운 '성향으로서의 창의성'을 구분하고 전자를 주요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가끔 후자의 의미로서의 '창의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책의 후반부 (13장 '창의력 향상시키기') 에서는 후자에 중점을 두고 말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의 연구 방법은 창의적 인물들과의 직접 면담이다. 그는 일반인들과는 다른, 창의적 인물들만이 갖는 공통점을 그들의 이야기로부터 추스리고 거기로부터 창의성의 조건을 유추한다.

 책 전체를 통틀어 내게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는 대목은 '창의적 인물들의 복합성' 이다. '그들은 서로 반대되는 특성들을 함께 갖고 있다. 흰색이 스펙트럼의 모든 빛깔을 포함하고 있듯이 그들은 내면적을 인간이 지닐 수 있는 특성들을 함께 결합하고 있다.' '이런 유형의 인물들은 정신분석학자인 칼 융이 성숙한 인격으로 생각했던 것과 일치하는 여러 가지 성향들을 갖고 있다'(70p).'복합적인 인격이란 중립이나 평균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양극 사이의 중간 지점 어딘가에 위치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예를 들어 경쟁적이지도 않고 협조적이지도 않은 어중간한 성격이 아니다. 그보다는 경우에 따라 한쪽에서 다른 족으로 움직이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분명 양극을 달리면서 아무 갈등도 느끼지 않고 똑같은 강도로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한다'(70~71p). 이 복합성이 의미하는 바를 깨닫는다면 성향으로서의 창의성 뿐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1장에서 '창의성'의 정의, 인물, 창조 과정, 몰입과 창조의 관계, 환경 등에 대해 설명하고 창의적 생물의 생에와 창조 활동의 영역에 대해서도 각각 장을 할당한다. 구성 면에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함은 물론, 각각 내용에도 명료함과 충실함이 보인다.

이 책은 이론을 정립하고 체계화하는 책이 아니라 대중을 상대로 연구의 내용을 설명하고,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도록 도움을 주는 데 목적이 있다. 내 경우에는 이 책은 수준 이상의 목표 성취를 이루었다고 본다.

첫째로 독자가 좀더 창의적인 인물이 되려는 의도에 이 책은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책이 제시하는 정보들은 이제껏 보아 온 창의성 주제의 다른 책들보다 정확한 편이고, 핵심적이다. 또한 음미하지 않을 구절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정보의 질과 양적 측면에서도 다른 책들을 압도한다.

둘째로 독자가 굳이 창의적 인물이 되려는 의도가 없더라도, 이 책은 삶과 인간, 여기서 다루는 문화의 영역들에 대해 좋은 통찰을 제공한다. 산책하듯 읽어도 주울 것이 많다.

여기서 단점을 집어낼 생각은 별로 없지만, 굳이 말해보자면 일단 무언가 완전히 새로운 의견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겐 실망스럽게 읽힐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읽으면 어디선가 봤던 소리들이 또 되풀이된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정보의 새로움이 아니라 그 질과 양, 전달 체계에 있는데도 말이다.

또한 완벽한 이론적 체계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도 성에 안 찰 것이다. 내 경우에는 다 읽은 후 좀 허전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책의 목적을 고려해볼 때 이 정도면 적절한 수준이라고 본다.

저자의 다른 책 "Flow"를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아직 안 읽었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