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토닉 체인 - 맑음 때때로 여고생, Extreme Novel
와타나베 코지 지음, 오카자키 타케시 그림, 천강원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오오, 역시 기대한 만큼은 재밌다.
  연작 단편집인 줄 알았는데, 장편이다. 부제? 인 "맑음, 때때로 여고생"은 알고보면 엄청 끔찍한 의미다. 


   배경은 근미래(?) 시부야. 여고생들 사이에서 시부야의 랜드마크 '스카이튜브 21' 빌딩을 둘러싼 기묘한 소문이 유행한다. 48층짜리인 그 건물이 알고보면 49층이며, 실제로 세어서 진실을 안 사람에겐 저주가 내린다는 것. 전형적인 도시괴담인 '유령 빌딩 괴담'은 '행운의 편지' 식의 휴대폰 체인 메일로 퍼져나간다. 
   여고생 카야노에게 어느날 예의 메일이 도착한다. 호기심을 누르지 못한 카야노는 빌딩의 층수를 세어보고, 그것이 정말로 49층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그때 도착하는 정체불명의 메일에는 "당신은 저주받았다"는 한줄. 그리고 화창한 시부야의 하늘에서 검은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아니, 그것은 비가 아니라 갈기갈기 찢긴 시체 조각들이었다. 
   피와 살점의 비가 내린 후 카야노는 실종된다. 카야노의 친구 리카가 행방을 찾기 시작하자, 곧 나루미라는 이상한 소녀가 접근해 온다. 나루미는 모든 컴퓨터 네트워크를 침입하여 어떤 정보든 원하는 이에게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천재 해커 '플라토닉 체인'과 접촉할 수 있다. 플라토닉 체인의 정보로 그녀는 통해 '혈우血雨'로 내린 것은 모두 시부야에서 실종된 여고생의 시체이며, 그녀들이 카야노처럼 빌딩 괴담 메일을 받은 후 정체를 감추었음을 알아낸다. '혈우'와 '괴담'은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 것이다. 
   리카는 친구를 찾기 위해, 나루미는 친구의 귀를 되찾기 위해(!) 이해할 수 없는 엽기(괴기)현상에 도전한다.


   라는 발단으로 꾸려나가는 이야기인데, 역시 만화판 플라체만큼이나 황당하다. 도시전설의 기괴망측함에 하이테크놀러지의 경이감(?)을 여고생스런 즉물적인 감성으로 버무려내면 이렇게 되는구나 싶다. 
   나 스스로는 황당한 가운데 핍진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의 숨은 테마는 과도발달된 기술문명에 의해 변화한 인간성과 생사관이다. 플라체가 그려내는 '변화된 인간과 생사'의 모습에서 나는 미래 예측적인 상쾌한 힘을 느낀다.
   와타나베 코지는 원래 게임 디자이너여서 그런지 소위 게임적 리얼리즘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은 듯하다. 작품 안에서 막나가는 위기와 마주하는 여고생들은 "어려운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 클리어 해 주겠어!" 라는 자세로 임하는데, 이것은 작가의 게임적인 현실인식(리얼리즘)을 단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뭐 잡다한 얘기 해봐야 거시기하니 한마디로 줄이자면 "재밌다". 만화적/게임적 리얼리티에 거부감 없는 분께 추천. 만화판 플라체를 재미있게 본 사람에게는 필구 독촉(...). 하지만 이 재미는 세계관과 기이한 발상이 주는 재미가 많다. 플롯이나 디테일은 매우 단순한 편이고, 이 한 권에서는 미처 설명되지 못한 부분도 있으니 엄격한 소설관을 가진 사람에게는 추천하기 꺼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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