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다른 나라에서 나왔다면 '미스터리'보다는 다르게 불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상계 미스터리라고 라벨을 붙여도 무난하지만, 떼어도 엄청 재밌고 상쾌한 소설이 남을 거 같네요. 인물의 처지와 감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미스터리 장치가 클라이맥스에서 감흥을 극대화하는 역할 이라 읽으면서 얻는 감동도 상당합니다. 결국 사람과 세상에 대한 올곧고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동경심과 희망, 연대를 이야기하는 소설인데, 시점인물들이 갖는 '문제'는 누구나 인생 어느 시점에 마주칠지도 모르는 시련이라는 의미를 갖는 듯합니다. 빼어난 글솜씨에 정신없이 몰입해 읽다 보면 독자의 마음도 정돈되고, 현실적이면서도 긍정적인 인생관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현지에선 2022년에 첫 단행본이 나왔고 번역본은 2025년 출간된 문고판을 저본으로 하는 듯합니다. 각 챕터는 <소설 스바루>에 연재됐는데, 첫번째 이야기는 2017년에 쓰였습니다. 그 후 2020~2021년에 걸쳐 나머지 6개의 이야기가 쓰였어요. 아마 첫 단편을 쓴 후 나중에 거기서부터 상상을 부풀린 게 나머지 단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 단편에서 대부분의 인물관계가 명확해지는데, 첫 단편에 나온 어느 세 사람은 인상적인 데 비해 그 이후 스토리가 없습니다. 아마도 이들을 주인공으로 후속작이 나올 수도 있겠지요.
평소 즐겨 읽는 건 사실 음침끔찍한 계열인데, 이런 정반대 벡터의 작품도 매우 재밌네요. 무엇보다 완성도가 아주 높아서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가노 도모코의 책이 앞으로 많이 번역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