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읽기 공부 실천법 - 단번에 활용 가능한 "7번 읽기" 완결판
야마구찌 마유 지음, 이아랑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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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는 그다지 건강하지 못한 관계라서, 알라딘에서만 산 책의 금액을 다 합하면 회원 상위 1% 안에 든다고 한다(라고 알라딘 빅데이터 서비스가 말해줬다). 작년에서 올해초까지 최근 1년간의 실적은 무려 0.6%안에 든다고. 이 데이터를 보고 강한 현타가 와서 책 사는 금액을 줄이려 나름 발버둥쳤지만, 잘되어 가는 건지 모르겠다.

돈도 돈이지만, 일단은 읽는 속도가 사는 속도를 못 쫓아가고, 원래 감상문 같은 걸 남겨놓는 성미도 아니어서 막상 읽어놓고도 뭔가 허무하고 기억에도 안 남고 그렇다는 게 진짜 우울한 점이었다. 이걸 어떻게든 개선하려고 북플도 쓰고 번역이나 옮겨적기 같은 짓도 하고 그런다.

그런데 7번 읽기 공부 실천법이라는, 이것도 몇 년 전에 사놨던 듯한 책을 이제 와서 읽으며 또 침울해졌다. 저자는 교과서를 총 7번에 걸쳐 읽는 방법을 소개하는데, 가장 첫단계는 걍 쓱 읽기, 저자 왈 서치라이트 독서라는 거다. 이때는 내용을 일일이 따라갈 필요도 묵독할 것도 없이 그야말로 전체적으로 눈으로 훑고 지나간다. 읽는다기보다는 스캔 한번 한다는 행위에 가깝다. 어디보자 하고, 시어도어 스터전의 <인간을 넘어서> 연작 중 ‘아기는 세 살‘이라는 중편에 이 방법을 적용해보았다. 그리고 좌절했다......

비몽사몽중에 억지로 활자를 훑듯 스치고 지났을 뿐인데, 내가 평소에 묵독으로 나름 꼼꼼히 읽어내리는 거랑 비교해서 독서 후 기억나는 정보량이 거의 비슷했다. 다만 장면이 생생하냐 아니냐(감정이입이 개입한 기억인가) 차이가 있을 뿐...... 어떻게 보면 걍 쓱 훑은 게 전체적인 구조를 디테일에 치우치지 않고 파악하기엔 더 나은 것 같다.

내가 읽어온 건 그렇다면 도대체 뭐였던 거지 하고 어이없는 기분까지 든다. 이럴 거면 책을 ‘읽을‘ 필요도, 아니 살 필요가 없잖은가.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두어시간 들여 슥 읽어버리면 되니까.

내가 책을 사고 읽는 건 필요하고 유효한 범위를 벗어난, 비효율적이고 과잉된 집착 외의 아무것도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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