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기바시 이야기 - やなぎばしものがたり
야마모토 슈고로 지음, 서지음 옮김 / 부크크(bookk)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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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센, 너는 그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어?

기다릴게.

직접 겪어보기 전까진 알 수 없는 일이 있다. 살다 보면, 내가 미처 몰랐던 마음들, 지나쳐온 감정들에 대해 뒤늦게 되새기게 된다. 쇼키치의 "기다려달라"는 말 하나만을 믿고 지내온 오센. 그녀 곁에는 언제나 고타가 있었다. 하지만 그 마음이 진심이었다는 걸, 오센은 쇼키치에게 상처받은 후에야 비로소 깨닫는다. 멀리 있는 누군가의 말에 기대어 마음을 걸고 있던 사이, 가까이에서 묵묵히 함께해 준 사람이 있었음을 너무 늦게 알아버린 순간. 고타를 떠올리며 오열하던 오센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데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혹여나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 고마운 마음들은 없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이 책은 야마모토 슈고로의 소설 중 국내에 처음으로 정식 번역된 작품이라고 한다. 이미 일본에서는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올려졌고, 2000년에는 드라마로도 제작될 만큼 오랜시간 많은 일본이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이야기지만,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이었지만 이번에 서지음 번역가님의 손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다고 한다. 덕분에 오랜 시간 일본 독자들의 마음을 울려왔던 이야기를 우리말로 편안하게 만날 수 있게 되어 너무 반가웠다.

전반적으로 문체는 담백하고 복잡한 흐름이 아니라 편안하게 읽기 좋았지만, 겐로쿠와 오센, 쇼키치와 오센, 오몬, 고보, 고타 등 다양한 인물들이 오센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어진 관계의 흐름 속에서 각 인물의 마음들을 따라가다 보니 예상보다 훨씬 더 긴 시간 동안 책과 함께 머무르게 되었던 것 같다. 잔잔한 여운이 오래 남는 『야나기바시 이야기』는 야마모토 슈고로의 작품을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 일본 에도 시대 배경의 이야기를 찾는 이들에게 아주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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