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봄 2020 소설 보다
김혜진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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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일기예보 >

나 인듯 나 아닌, 일상을 시작하는 화자의 모습과 공감 대사는 시작부터 빠져들게 만들었고 작가의 다른 작품까지 찾게 했다.

#줄리아나도쿄 #한정현

여태 자기의 잘못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은 채 그저 자신을 용서해달라고만 했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는 그 얼굴은 아주 말갛고 무해해 보였다. 그때 처음 알았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게 언제나 천진하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 P123

원래 사람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갈 수 있는 거고, 그러다 부딪히면, 미안합니다. 사과해야 하는 게 중요한데 그 사람들은 그런 것도 모르는 못 배운 놈들이래. - P126

사람에겐 여러 방이 있는 것 같다. (...) 평소에 잘 여는 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어지는 방도 아니라서. 그러니까 그 방을 아예 닫아두라고 하면 처음엔 그럴 수 있겠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건 그냥 닫아놓은 방이지, 완전히 없어지는 방이 되는 건 아니었다. 그러니까 그 방이 있다는 건 인정하고 그저 두었어도 좋을 것이다.
그러면 삶의 어느 순간에 모퉁이를 돌다, 모퉁이에 바짝 붙어서 돌게 되는 인생의 유난히 급박한 어느 순간에 우연찮게 그 방을 마주했을 때에도 그다지 놀라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
여러 방이 있으니 슬프거나 잊고 싶은 방만 있는 것은 아니다. (...) 어쨌거나 나는 이 모든 방을 각각 사랑한다. - P136

‘가게에 오신 모든 분이 주인입니다. 서로의 공간을 지켜주세요.‘ - P141

뭐랄까, 저에게 의리는 제 자신이 정한 하나의 확신이나 약속이라기보다는 저와 연관된 존재 개별마다 달라지는 어떤 마음인 것 같습니다. 제가 존재 각각에 대해 갖는 마음, 그런 것이요. - P151

제게 폭력이란 하나의 사건으로 지칭되거나 귀결될 수가 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폭력에 대한 근원을 하나의 사건으로 규정하는 순간 배제되는 무언가가 발생할 것이고 그것은 또 다른 폭력을 낳을 것이란 생각 때문인 것 같아요. (...) 제 소설 쓰기는 무수한 사회 역사적 배경과 더불어 저와 제 주변이 부딪혔던, 들어왔던, 겪어왔던 폭력의 근원에 대해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 무엇이 필요하다면 왜 필요한가, 무엇이 불필요하다면 어째서 그것은 불필요하게 되었는가, 그럴 수밖에 없는가, 이런 것에 대해 쓰는 사람 같거든요. - P154

오해와 진실에도 ‘사이‘가 존재하고 그곳에 더한 진실이 숨어 있을 수 있는 것처럼, 거대한 역사의 ‘사이‘에서 삶을 꾸려 나가며 단순히 ‘불행‘하거나 ‘불쌍‘하거나 ‘착한‘ 사람들이 아닌 웃기도 울기도 행복하기도 슬프기도 했던 분명한 존재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계속해보려고 해요.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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