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고 -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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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부정하는일본에게미래는없다

일본에 대한 박경리 작가의 분명한 견해와 경계를 또렷이 느낄 수 있는 글. 이삼십 년도 더 된 글이지만 지금 읽어도 너무나 유효해서 그의 선견지명에 놀랄 뿐이다.

#망상의여운은아직남아있습니다
#제3부의논파과정 #흥미진진 #지성인의글
#토지는소설로쓴일본론 #철저한반일작가

개인의 사고를 그토록 붙들어 맨 일본의 국가권력은 놀랍다. (...) 본과 틀이 없는 나라, 그들의 정치이념은 창조의 활력이 위축된 민족을 만들었던 것이다. (...) 아닌 것을 그렇다 하고 분명한 것을 아니라 하는 것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그 무서운 것이 차츰 부풀어 거대해질 때 우리가, 인류가 누구보다 일본인 자신이 환란을 겪게 될 것이다. p29

신국사상에 매달려온 일본인의 역사의식 그것의 극복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자유롭게 사고하는 사람으로, 야심 없는 이웃으로 마주 보기 위하여, 그리고 인류의 평화를 위하여. p30

히로시마 원폭의 기념행사는 해가 거듭될수록 열기가 높아가는 것 같고 분함과 보복의 칼을 가는 듯한 분위기마저 느끼게 하는데, 그러나 그보다 좀 더 확실하게 나타나는 것이 일본의 피해의식이다. 그것은 가해자라는 또 하나의 피해의식을 상쇄하는 데는 안성맞춤의 전략적인 것이기도 해서 대충 넘어가려는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왜 하필 일본에 핵폭탄이 떨어졌는가. 그 원인을 그들은 말하지 않는다. (...) 다만 열심인 것은 원폭의 기념탑을 세우고 공원을 조성하고 그들 자신이 피해자임을 세계만방에 고하는 일이다. p75

거짓은 만사를 거짓으로 만든다. 그곳은 진실을 추구하는 철학과 예술, 창조를 이룩할 수 없는 허방인 것이다. 그 체제를 변호하는 한, 그 체제가 존속하는 한 일본에 지성인은 존재하기 어렵다. 지성인은 거짓말을 안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상이 약하고 유리알 속의 유희 같은 탐미주의가 예술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일본이 진실을 도외시하기 때문이며, 청산하는 독일과 청산하지 않는 일본의 차이점도 바로 그곳에 있다. p77

진리는 아름답고 선하다 합니다. 아름다운 것은 진리이며 선하다, 선한 것은 진리이며 아름답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일본 문학의 탐미주의, 예술지상주의는 갇혀버린 사회에서 도피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선함도 진실함도 결여되어 있고 오히려 사디즘과 마조히즘이 농후합니다. p102

"전쟁은 창조의 아버지요 문화의 어머니!" - 일본육군팸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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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세요. 불교의 자비, 유교의 인, 기독교의 사랑이 칼의 체제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나요? p100

언어의 괴리 현상은 사회 전반에 걸쳐 가치기준이 무너진 데서 나타나는 것이며, 한계가 없고 분명한 것이 없어지고 인류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맹목적인 경쟁 전진이 있을 뿐, 너무나 막막합니다. 이러한 혼돈 속에서 사람들의 감성은 쇠퇴해가고 감각만 유별나게 빛나게 됩니다. p125

압도적으로 너무나 긴 세월 변하지 않고 사람들을 죄어왔으며 맹목적으로 길들여온 것은 역시 신국, 만세일계, 현인신이라는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기묘하고 이상한 그것일 것입니다. 그것으로 일관되게 무장한 칼바람 군국주의의 주도 속에서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선택할 수 있었겠습니까. 탐미와 쾌락, 거기에 보태어지는 것이 허무입니다. 죽음의 미학도 그런 맥락에서 파악되어야 하고, 사람으로서 자살 이상의 철저한 파괴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남을 파괴하는 것도 철저할 것이며 그 정열을 저지할 도덕이나 윤리가 무력해지는 것은 당연하지요. p140

나는 인생만큼 문학이 거룩하고 절실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삶은 준열하고 나날의 노동 없이는 내 자신이 분해되고 말 것만 같았고 긴장을 푸는 순간 눈을 감은 채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것만 같았습니다. 모든 것을 거부하고 포기했으며 오로지 목숨을 부지한 것은 가엾은 내 딸, 손자의 눈빛 때문입니다. p149

언어가 지닌 피상적인 속성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절감하고 있습니다. 진실에 도달할 수 없는 언어에 대한 몸부림, 그럼에도 우리는 그 언어에서 떠나질 못합니다. 그게 문학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 시절, 거부하고 포기한, 극한적 고독의 산물이 ⟪ 토지 ⟫였을 겁니다. p149

미국을 위시하여 기타 핵 보유국들은 매우 현실적이며 최소한도 이성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지요. 제아무리 일류 문명국이 되었다 하더라도 정치 감각은 전근대적인 곳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만세일계의 체재를 고수하고 있는 거지요.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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