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선언》에 담긴 철학이 이해하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현실의 삶이 거기 쓰인 대로였기 때문이다. 그 책이 제시하는 음울한 세계상은 열일곱 살의 내겐 낭만적으로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내가 실제로 살아가는 세상과 경악스러울 만치 닮아 있었다.

《우체국》이 신념이라곤 없는 사람, 멍하고 심드렁하며 자가 치유에 의존하고 있어 아무것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는 자의 노동 생활 기록이라면, 《누더기 바지 박애주의자들》은 똑같은 체제라도 신념을 지닌 채 갇힌 사람의 상황이 훨씬 더 끔찍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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