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의 남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7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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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모 형은 나무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 위에서 본 세상은 밑에서 보던 것과 완전히 달랐고 하나같이 재미있었다. p25

형의 세상은 이제 좁고 구불구불하게 허공에 놓인 다리들, 나무 마디나 껍질들, 이들을 황폐하게 만드는 유충들, 꽃자루를 흔드는 약한 바람에 떨리거나 나무 전체가 바람 앞의 돛처럼 휘어질 때 같이 흔들리는 울창하거나 성근 나뭇잎들, 그리고 그 나뭇잎의 초록색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햇빛으로 이루어졌다. 반면 그 밑에 있는 우리들의 세상은 평평했으며 우리는 균형이 맞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p123

형이 머릿속에서 만들어내려고 애쓰는 풍요로운 세계가 대리석 묘지 같은 신부 앞에서 시들어갔다. p174

형은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주었던 옴브로사의 나무들을 가지치기 기술을 이용하여 더욱더 도움이 되는 존재로 만들었고, 동시에 이웃과 자연, 그리고 형 자신의 친구가 되게 해주었다. 특히 형이 나이가 든 뒤, 이 슬기로운 작업의 결과로 인해 나무들은 형이 공을 들인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점들을 베풀어주었고, 형은 그것들을 누릴 수 있었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 세대,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욕심을 부리며 세상 모든 것, 심지어는 자기 자신에게도 호의적이지 않은 세대의 출현으로 세상은 변해 버렸다. 이제 나무 위로 당당히 걸을 수 있는 코지모 같은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p178

코지모 형은 < 남자, 여자, 어린이, 가축과 새와 물고기와 곤충을 포함한 들짐승, 키 큰 나무, 야채, 잡초를 망라한 식물의 권리 선언이 들어있는 공화정 도시를 위한 헌법 개요 >라는 글을 써서 출간하였다. (...) 형이 염두에 둔 것은 언제나 프랑스의 대포가 아니라 길이 없는 이 지역 주민들의 요구였다. (...) 요컨대 형은 폭정에서 민중을 지켜주었다. p35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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