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에 사는 열네 살 소년이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여러 수용소로 끌려다니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는 1년간의 이야기. 기존의 홀로코스트 이야기와는 달리 주인공이 겪는 수용소에서의 일들을 일상처럼 담담하게 묘사한 아이의 시선이, 어른이 보는 현실과 괴리되어서 읽고 난 후에 더 가슴아파지는 소설이었다. 불행을 얘기하면 살아갈 수 없기에.. 그가 겪은 비참한 현실에서 행복했던(?) 순간이 있었다고 하는 것은 스스로 무너지지 않기 위한 생존본능과 같은 게 아니었을까?

내가 아는 한 인생이나 어떤 사건들의 인과 관계를 기대와 규칙과 이성으로는 결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p206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가 어떤 사건들이 전체적으로 봤을 때 명확하지도,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개념이 잡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개별 사건들 역시 정확히 이해되지 않음에도 그 사건들을 정상적인 경로로 분, 시간, 주, 달 단위로 이해하려 하지 않고 모든 사건을 멍한 상태에서 하나의 소용돌이 속에서 동시에 이해하려 한다는 점이다. p276

운명이 있다면 자유란 없다. 그런데 만약 반대로 자유가 있다면 운명이란 없다. p282

모든 사람이 내게 수용소에서 역경과 끔찍한 일들에 대해서만 묻는다. 나에게는 이러한 경험들이 가장 기억할 만한 일들로 남아있든데 말이다. 그래, 사람들이 나중에 묻는다면 그때는 강제 수용소의 행복에 대해 얘기해 주어야 할 것 같다.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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