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눌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1
헤르만 헤세 지음, 이노은 옮김 / 민음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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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쉬(시인, 현자, 선인)를 대신하는 크눌프와, 인생을 네 단계로 나누어 말년에는 도시에서 숲으로 들어가 죽음을 맞이하는 공간의 이동까지... 인도여행을 다녀온 헤세답게 익숙한 캐릭터와 배경 설정 공식을 보여주었다. 서양식의 베다 한 편을 읽은 듯~!
#내가_바라는_죽음의_순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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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166
오히려 나는 이렇게 생각하네. 크눌프와 같이 재능 있고 생명력 충만한 사람들이 우리의 세계 안에서 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이 세계는 크눌프와 마찬가지로 그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또한 내가 독자들에게 충고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을 사랑하라는 것, 연약한 사람들, 쓸모없는 사람들까지도 사랑하고 그들을 판단하지 말라는 것일세. 
 - 1954년 헤세가 쓴 편지 중에서 

"정말 그래, 크눌프. 적절한 순간에 바라보면 거의 모든 것이 아름다워."
"그래. 하지만 난 또다른 생각이 들기도 해. 가장 아름다운 것이란 사람들로 하여금 즐거움뿐만 아니라 슬픔이나 두려움도 항상 함께 느끼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 P81

꽃들은 다른 꽃들에게 가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향기와 씨앗을 보내지. 하지만 씨앗이 적당한 자리에 떨어지도록 꽃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그것은 바람이 하는 일이야. 바람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이곳저곳으로 불어댈 뿐이지. - P91

그때 이후로 난 많은 친구와 친지, 동료와 사랑까지도 얻게 되었지만, 더이상 사람의 약속을 믿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지. 난 약속을 가지고 자신을 구속하는 일도 하지 않았네. 전혀 안 했지. 난 내게 맞는 삶을 살아왔네. 그래서 자유와 아름다움을 실컷 맛보았지만 그러면서도 난 언제나 혼자였네. - P126

삶은 얼마나 단순하고 명확했던가! 당시에 그는 아무렇게나 행동하면서 더 이상 어떤 것도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 삶은 그에 동의했고, 그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는 국외자였다. 배회하며 구경하는 사람이었다. 아름다운 젊은 날에는 사랑받았으나 이제 병들고 나이 들자 혼자 남게 되었다.
거센 피로감이 그를 덮쳤다. - P145

지치고 쇠약해졌는데도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자기 삶의 마지막 부분까지도 더 힘 있게 사용하여 모든 숲 가장자리와 숲속의 길들을 따라 걷고 또 걸어야만 한다는 듯이. 병들고 지쳤는데도 그의 두 눈과 코는 예전의 민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 P153

"전 왜 그것들로부터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또 훌륭한 인간도 못 되었을까요? 시간이 충분히 있었는데 말입니다."
"이제 그만 만족하거라." - P157

난 오직 네 모습 그대로의 널 필요로 했다. 나를 대신하여 넌 방랑했고, 안주하여 사는 자들에게 늘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씩 일깨워 주어야만 했다. 나를 대신하여 너는 어리석은 일을 했고 조롱받았다. 네 안에서 바로 내가 조롱을 받았고 또 네 안에서 내가 사랑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나의 자녀요, 형제요, 나의 일부이다. 네가 어떤 것을 누리든, 어떤 일로 고통받든 내가 항상 너와 함께했다. - P158

오히려 나는 이렇게 생각하네. 크눌프와 같이 재능 있고 생명력 충만한 사람들이 우리의 세계 안에서 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이 세계는 크눌프와 마찬가지로 그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또한 내가 독자들에게 충고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을 사랑하라는 것, 연약한 사람들, 쓸모없는 사람들까지도 사랑하고 그들을 판단하지 말라는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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