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처럼 문지 스펙트럼
다니엘 페낙 지음, 이정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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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는 어떤 목적이나 유용성 때문이 아니라 순수하게 책읽기 자체가 즐거워야 하는 게 먼저! 🙂 #책읽기의_진정한_즐거움 은 지식 주입이나 책을 설명하는 데에 있는 게 아니라 작가와 나 사이에 형성되는 친밀감을 발견하는 데 있다. 아이에게 책읽기를 강요하지만 말고 그저 읽어주기를...

누구라도 이 새로운 눈뜸이 가져다주는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일단 지적 항해의 첫발을 내딛고 나면, 아무일도 없었던 듯 예전처럼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모든 독서에는 읽기의 즐거움이 자리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연금술사로서의 기쁨이다. (중략) 잠시 길을 잃었을 뿐이다. 그 즐거움은 얼마든지 되찾을 수 있다. p50

사실 그렇게 읽어주시는 것 자체가 선물이나 다름없었어요. (중략) 책의 현현, 아니 인간의 모습을 한 책이라고나 할까요. 그분의 책 읽는 소리를 들으면서 문득 우리는 그 모든 책이 우리를 위해 쓰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p115

우리는 교수님이 읽으시는 것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분의 음성보다 더 명확한 설명은 없었으니까요. 목소리만으로 작가의 의도를 헤아리고, 숨은 뜻을 찾아내고, 암시를 드러내고...... 거기에는 오해 따위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죠. p115

그분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셨고, 모든 것을 읽어주셨어요. 교수님은 우리 머릿속이 책으로 가득 찬 도서관일 것이라고는 결코 생각지 않으셨으니까요. 허세 따위가 통할 여지가 없었지요. 완전 무지 상태였거든요. 그분은 우리를 아직 지적으로 채 성숙하지 못한, 그러므로 당연히 모든 것을 배워야 하는 대학 신입생 그대로의 모습으로 대해 주셨어요. p116

페로스 교수는 지식을 주입하지 않았다. (중략) 구비 문학으로 시작된 소설의 기원을 충실히 따르는 작은 모임을 이끌었다. 그의 목소리는 음유 시인처럼 책을 읽을 줄 모르는 청중을 향했다. p121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책이든 큰 소리로 읽어주셨다는 사실이에요! 교수님은 이해하고 싶은 우리의 열망에 단숨에 자신감을 심어주셨어요. 큰 소리로 책을 읽어주신 덕분에 우리는 책의 높이에 닿을 만큼 성장할 수 있었지요. 그분이야말로 우리에게 진정으로 책읽기를 가르쳐주신 분이에요!" p122

"아니, 필기는 필요 없어. 그저 열심히 듣기만 하면 돼." p142

소설이 주는 진정한 즐거움은 작가와 나 사이에 형성되는 그 역설적인 친밀감을 발견하는 데 있다. (중략) 교사는 둘을 이어주는 한낱 중재자였을 뿐이다. 이제 슬그머니 자리를 떠야 할 때가 된 것이다. p155

책을 읽어주는 것은 선물과도 같다.
읽어주고 그저 기다리는 것이다. p164

책이란 우리의 아들딸이나 청소년들이 읽은 뒤 설명하라고 쓰인 게 아니라, 마음에 들면 읽으라고 쓰인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만 한다. p178

책의 갈피갈피에 담긴 온갖 다양한 세계를 접하는 것이 훨씬 본질적인 일 아닌가. p178

주인처럼 군림하는 설명에 가려, 정작 설명하는 대상은 뒷전으로 밀려 보이지도 않는다. p179

이야기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작품이다. 그리고 독서를 하면서 가장 먼저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다. p179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책은 우리 것이 된다. 즉 나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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