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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ㅣ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평점 :
📙 도련님 |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02
2018/10/19
요령없이 대쪽같은 ‘도련님’의 첫 직장생활
📇
주인공이 겪는 상황과 그에 대응해 나가는 자세가 묘하게 웃기다.
소설가의 연표를 보지 않는 한 100여년 전에 쓰인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전혀 계몽적이지 않은, 무심한(?) 결말까지 요즘 소설을 읽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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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 주인공인 도련님. 수학 선생. 단념이 빠르고 걱정을 오래하지 않는 타입. 대쪽같은 성품이나 지나치게 욱하는 성미. 비겁한 행동을 싫어하고 쉽게 굴복하지 않는데다가 용감하기까지해서 요령없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
- 기요 할머니 : 집안의 하녀. ‘나’는 기요를 자신의 일부분으로 생각한다.
- 별명 너구리 : 교장. 장광설을 늘어 놓기를 좋아한다.
- 별명 빨간 셔츠 : 교감. 문학사.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나’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얌전한 얼굴로 악행을 저지르고, 남이 뭐라 하면 미리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 간사하다.
- 별명 끝물호박 (고가) : 영어선생. 안색이 좋지 않아 끝물호박. 사람이 어디까지 좋은 지 깊이를 알 수 없다. 누구에게나 공손하다.
- 별명 산미치광이 (흣타) : 수학 주임. 여러모로 도와주지만 성급하고 짜증을 잘 내는 성격. 하지만 우직한 면이 있다. 학생들에게 인망있는 선생.
- 별명 알랑쇠/광대풍 : 미술선생. 교감인 빨간 셔츠와 주종관계처럼 보인다.
- 학교의 학생들 : 선생인 ‘나’를 놀리고 괴롭히는 패거리.
- 하숙집 주인 이카긴 : 골동품 매매업자. 가짜 골동품을 주인공 ‘나’에게 강매하려 한다.
- 마돈나 : 고가(끝물호박) 선생과 약혼했었지만 고가 선생의 형편이 나빠져 혼사가 늦어졌는데 그 사이에 빨간 셔츠가 가로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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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6
생각해보면,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나빠지는 일을 장려하고 있는 것 같다. 나빠지지 않으면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간혹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도련님이라는 둥 애송이라는 둥 트집을 잡아 경멸한다.
그렇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윤리 선생님이 거짓말을 하지 마라, 정직하라고 가르치지 않는 편이 낫다. 차라리 큰맘 먹고 학교에서 거짓말하는 법이라든가 사람을 믿지 않는 비법, 또는 사람을 이용하는 술책 등을 가르치는 것이 이 세상을 위해서도, 당사자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빨간 셔츠가 호호호호 하고 웃은 것은 나의 단순함 때문일 것이다. 단순함이나 진솔함이 비웃음을 사는 세상이라며 어쩔 도리가 없다.
기요는 이럴 때 절대 웃는 법이 없다. 무척 감동하며 들어준다. 기요가 빨간 셔츠보다 훨씬 훌륭하다.
p.79
주는 것 없이 미운 놈이 친절하고, 마음 맞는 친구가 나쁜 놈이라니 사람을 완전히 바보로 만들고 있다.
p.80
아무런 지위가 없다 해도 나는 한 사람의 독립된 인간이다. 독립된 인간이 머리를 숙이는 것은 백만 냥보다 소중한 감사라고 생각해야 한다.
p.90
어차피 이런 패거리를 말로 굴복시킬 재주도 없고, 설사 굴복시킨다 하더라도 언제까지고 이런 자들과 어울려야 하는 것은 내가 싫다.
p.130
“이번 사건은 순전히 빨간 셔츠가 끝물호박을 멀리 보내버리고 마돈나를 수중에 넣으려는 수작인 거야.”
p.144
학생들이 용서를 빈 것은 진심으로 뉘우쳐서가 아니었다. 단지 교장의 명령을 받고 형식적으로 머리를 숙였을 뿐이다. 머리만 조아리고 교활한 짓을 계속하는 장사꾼과 마찬가지로 학생들도 용서는 빌지만 결코 장난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학생들과 같은 자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사과를 하거나 용서를 빌 때 진지하게 받아들여 용서하는 사람은 지나치게 정직한 바보라고 할 것이다. 용서를 비는 것도 가짜로 하기 때문에 용서하는 것도 가짜로 용서하는 거라고 생각해도 된다. 만약 정말 용서받기를 원한다면, 진심으로 후회할 때까지 두들겨 패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중략) 상대가 교묘하게 발뺌하여 내 체면을 더럽히는 걸 보고만 있을 얼간이는 없다. (중략) 변명을 늘어놓고는 자신들을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만들어놓고 나서 내 허점을 공격해올 것이다. 처음부터 보복에서 시작된 일이니 상대의 잘못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내 변호는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요컨대 상대가 먼저 손을 썼는데도 세상 사람들은 내가 먼저 싸움을 건 줄 알게 되는 것이다.
p.158
신문이란 당치 않은 거짓말을 하는 물건이다. 세상에 신문처럼 허풍을 떠는 것도 없을 것이다. 내가 해야 할 말을 오히려 저쪽에서 늘어놓고 있다. (중략) 다음 날이 되자 가장 작은 6호 활자로 조그맣게 취소 기사가 실렸다. 하지만 물론 신문사 측은 정정 기사를 싣지 않았다.
p.174
그날 밤 나와 산미치광이는 이 부정(不淨)한 고장을 떠났다. 배가 선창강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기분이 좋아졌다. (중략)
“기요, 돌아왔어.” (중략)
“이제 시골에는 안 가. 도쿄에서 기요하고 함께 살 거야.” 💐
p.76 생각해보면,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나빠지는 일을 장려하고 있는 것 같다. 나빠지지 않으면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간혹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도련님이라는 둥 애송이라는 둥 트집을 잡아 경멸한다. 그렇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윤리 선생님이 거짓말을 하지 마라, 정직하라고 가르치지 않는 편이 낫다. 차라리 큰맘 먹고 학교에서 거짓말하는 법이라든가 사람을 믿지 않는 비법, 또는 사람을 이용하는 술책 등을 가르치는 것이 이 세상을 위해서도, 당사자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빨간 셔츠가 호호호호 하고 웃은 것은 나의 단순함 때문일 것이다. 단순함이나 진솔함이 비웃음을 사는 세상이라며 어쩔 도리가 없다. 기요는 이럴 때 절대 웃는 법이 없다. 무척 감동하며 들어준다. 기요가 빨간 셔츠보다 훨씬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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