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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간다 - 대중 심리를 조종하는 선전 전략
에드워드 버네이스 지음, 강미경 옮김 / 공존 / 2009년 7월
평점 :
알맹이 이야기|
선전propaganda라고 하면 광고advertisement와는 조금 다른 뜻으로 느껴집니다.
광고가 기업과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전달 수단이라면 선전은 조금 더 계몽적이고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색채를 띈 전달 수단이라고 받아들여집니다.
선전이란 단어조차도 처음엔 잘 쓰지도 않는 단어와 개념이었지만 세계 대전 이후 중요하게 사용하면서도 정치적인 사용 때문에 좋은 인상의 단어는 되지 못합니다. 그런 점에서 선전은 광고보다 시대와 기술과 배경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와 책 속의 사회에서 느껴지는 괴리는 작가가 생각하는 사회와 지금 우리의 사회는 조금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그리는 민주주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정부가 이상적으로 그려져 올바른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올바른 방향으로 대중의 의견을 이끌어 가는 것이며 선전이란 그를 위한 효과적인 전달 방법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특히 6.25와 독재정권으로 말미암아 한국에선 선전이 정신적인 폭력을 상징하는 단어처럼 되어버렸고 반공과 독재 혹은 민주주의의 호도를 담는 선전은 상당히 감정을 소모해야 하는 말이 되어버려 지금도 우리는 선전보다는 광고라는 말을 더 많이 쓰기 때문에 책을 읽으며 조금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생깁니다.
하지만 선전이란 소수의 담론을 대중으로 전파한다는 대전제만 가지고 나간다면 다양한 분야에 걸친 선전의 사례와 그것이 대중에게 효과적일 수 있었던 이유의 분석, 해당 분야에서 선전이 갖는 역할과 의미는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에도 별로 뒤쳐진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아주 무익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껍데기 이야기|
예쁘게 만든 책은 언제나 반갑습니다. 물론 외지 안의 하드 커버는 예쁘다고 말하기 힘들지만 노란 바탕에 빨강과 검정 폰트로 제목과 내용을 강조한 문구는 정말 예쁩니다. 가운데에 놓인 여성이 담배를 피는 사진의 포스터도 내용을 크게 함축하고 있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각 단락을 나누는 내지의 디자인도, 폰트와 크기도 참 책을 읽고 싶게 먹음직스러운 떡으로 만들려고 한 노력이 보이는 책입니다.
주렁주렁 굴비|
아주 재미있는 논지는 증기기관, 인쇄기술, 공립학교를 통해 왕정 권력을 대중이 가져올 수 있었지만 오늘 날 전달 매체를 이용한 선전을 이용해 다시금 소수가 대중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인터넷이 등장하기도 전의 글이지만 시각이 매우 날카롭다고 느꼈습니다. 오히려 인터넷이 등장함으로써 원본 없는 텍스트의 복사가 쉽게 이루어지고 독창성보다는 유행을 좇는 대중들은 소수의 담론 제공자들을 대변하는 거수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기술이 발달할 수록 아주 빠르고 쉽게 선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선전이 전달하는 개념의 조각으로 개인이 이루어져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바라는 선전의 순기능을 위해서는 스스로가 선전을 취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결국 이 책은 읽고 어떻게 하면 이 책의 반대 논지로 나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