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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에세이는 글로 그리는 자화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자화상은 그림이기에 자신의 겉모습을 담아낸다면 에세이는 글이기에 자신의 속모습을 담아내는거라 생각합니다.
한비야씨의 에세이는, 영락없는 옆집 아줌마를 만난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그녀를 대하는 내 모습은 아직 작은 어린아이 같아 글을 읽는 내내 아줌마와 마주보며 수다떠는 느낌, 정확하겐 아줌마의 무릎 위에서 세상사는 이야기를 배우는 기분입니다.
"아직 어리니까, 아니 나이가 더 들더라도 더 큰 꿈을 꾸고 마주쳐보는 게 어떨까"
"아줌마는 불교도, 특히 천주교를 믿으니까 도움이 많이 됐는데 너도 종교를 하나 가져보는 건 어떻겠니"
"이런 책들을 읽어보는 건 어떻니, 언제든지 책을 많이 읽는 건 도움이 된단다."
와 같은 말들이 좀 괄괄한 목소리로 귀에 맴도는 듯합니다.
얼마 전 읽었던 '세 잔의 차'에 나오는 그레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한비야씨가 많이 생각이 났는데 그건 아마 두 사람이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세 잔의 차'는 솜씨 좋은 화가가 그린 푸른 숲 속을 욕심없이 거니는 코끼리 그림 같다면, '그건, 사랑이었네'는 순박한 아줌마가 따뜻한 색으로 자화상을 그린 것 같은 편한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