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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의 사상 - 새로운 젊은 우파의 탄생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13
박가분 지음 / 오월의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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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의 사상



일베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전만큼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들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꽤 조사가 잘 되었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그들의 과격한 이야기가 퍼져나가지 않았으리라 본다. 인터넷과 익명성으로 위장이 민주주의라고 하지만, 필자는 일베의 사상적 근원을 익명성과 민주주의의 헛점에서 찾곤 했다. 저자가 논증하는 일베의 사상이 어디에 닿았는지 궁금하기도 하여 읽어나가게 됐지만, 의외의 소득이 생기곤 했다. 저자가 네이버 블로거로 활동할 때, 그의 글을 종종 읽어볼 때와는 다른 접근이었다. 논문과 비슷한 논조였던 블로그의 글쓰기와는 달리 읽기가 수월했다. 저자의 주장은 몇 가지로 압축되는 데, <관심병과 신상털이>를 비교적 차분한 시각으로 전개했다. 거의 모든 대립은 그래서 점점 이데올로기로 확대되지만, 그 근원에 있는 극히 사소한 충돌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어떤 사상이든 뜬구름잡기와 다르지 않다. 하워드 진은 "우리가 평생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관대한 것,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지니는 것"이라고 했다. 정의나 평등, 자유 같은 거창한 개념이 아니라 '친절함'이다. 즉, 친절하지 않기에 적대적이 되었고, 익명성 뒤에 숨고자 했다. 그런 행위가 한 사람이 아니라 집단으로 표출되는 원인은 분출구가 없어서다. <관심병>이란 그들의 분출구이고, 더 만흔 관심을 받고자 <신상털이>를 하는 짓을 서슴치않았던, 일베는 그들의 행동이 무법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쉬지 않으려 하기도 했다.

불수의근不隨意筋이라 해둔다. 일베의 사상은 의지와 관계없이 움직이는 중독적인 현상이라고 보곤 했다. 익명성으로는 논증을 할 수 있어도, 익명성이 민주적이라 할 수 없다. 그렇기에 그들의 의지는 자유가 아닌 방임에 가깝다. 신상을 터는 행위는, 경험도 노력도 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들의 퍼트린 괴상망측한 단어까지도 청소년에게 바로 오염시키면서도, 의지와 상관이 없다는 표명을 하는 태도는 꽤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곤 했다. 한 할아버지의 죽음을 인증샷을 하던 손자의 행위는 충격적이었다. 그러한 행위는 도덕적 해이이지 않던가. 자본사회가 되면서, 하나하나 힘을 잃었던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분노를 표출한다지만 정도를 넘어선 것이다. 저자의 지적은 페이스북의 행위를 허세로 본 부분도 있는데, 일정부분은 그럴 듯하다. 논증을 위해서 끌여들이다 보니, 논리를 위한 논리로 논증을 하게 된 경우가 전체의 맥락을 강경일변도로 바꾸었다. 그런 점이 이 책의 옥의 티라 해야겠다.


뉴라이트 사상이라고 하지만, 그다지 설득력이 없기에 자극적인 요소로 사회를 더 병들게 하려는 일베를 파헤친 노력은 높이 사고 싶다. <일베의 사상>은 사태나 개념 그리고 존재를 그들의 우스개로 만드는데 혈안이 되었기에, 저자는 문화적 맥락으로 이해하고자 했던 것같다. 그러나 필자는 문화의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 세다고 생각해오곤 했다. 애매한 대상을 제외한 서양의 합리론처럼, 일베의 행태는 모호한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기능을 실현하지 않았다. 그들의 한계라고 봐야할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 두 장에서 빛이 난다. 책의 앞부분은 일본의 한 학자의 반성과 맥을 같이 풀이하면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메세지를 담은 듯 싶기도 했다. <인터넷은 공론장인가?> 라는 장에서는 저자의 사유가 그대로 녹아들었다. "결국 공론장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은 스스로가 말하는 바의 이해 가능성, 진리성, 정당성, 진실서을 담보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최소한 그러한 성실성을 타인에게 납득시키야 한다. 한편 하버마스는 이른바 '왜곡되지 않은 생활세계' 안에서는 그러한 의사소통 규범이 수용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다시 말해 권력과 돈이 중심이 되는 '체계'가 훼방만 놓지 않는다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그와 같은 행위규범에 도달하게 되며 그것은 궁극적으로는 체계에 대한 '비판적인 힘'을 갖게 될 것이다." 라고 뜻을 심었다. 저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공론을 바라는지 이 책을 통해 한국사회의 병을 진단해볼 수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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