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되고 싶지 않은 개
팔리 모왓 지음, 곽영미 옮김, 임연기 그림 / 북하우스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소년에게 개가 없다는 것은 드넓은 대초원을 반밖에 즐길 수 없다는 뜻이었다." 더할 나위 없이 정확하고 사뭇 감동적인 데가 있는 이 한 문장에 크게 공감을 한 이후에는, 왠지 꽤나 무덤덤하게 책을 읽어 나갔다. 대초원이 드넓게 펼쳐진 곳을 배경으로 하는 팔리 모왓의 가족 이야기는, 조금 별난 아버지와 따뜻한 어머니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혀 '개가 되고 싶지 않은 개' 머트의 기상천외한 행동으로 인해 독특하고 흥미로웠지만, 뭐랄까, 자전적인 이야기와 동화의 경계 속에 위치한 탓에 나와는 미묘하게 어긋나는 듯했다. 논픽션을 지향하는 듯하면서도 약간의 상상력과 다소의 과장이 뒤섞이는 글에 공감하기에는, 내 감성이 그리 풍요롭지 않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러고 보면, 일전에 읽었던 팔리 모왓의 다른 책 <울지 않는 늑대>에서도 글쓰기 방식은 <개가 되고 싶지 않은 개>와 유사했었다. 그러나 전자가 익숙지 않은, 그래서 인간의 일방적인 편견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던 '늑대'를 다분히 옹호하고자 하는 의도 하에서 그러한 방식이 '효과적'이었다면, 후자는 너무나도 익숙한 '개'를 대상으로 하면서 그러한 방식이 외려 조금은 '낯선 거부감'을 낳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세상에는 별의별 개들이 다 있고, 내가 실제로 길러본 바 개가 종종 자신이 개가 아닌 것처럼 행동하는 것도 알지만, 아무래도 이 책의 주인공 머트의 행동까지 수긍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머트는 '개가 되고 싶지 않은 개'였다기 보다는, 차라리 그냥 '개가 아닌 개'가 더 어울릴 정도였고, 그래서 심지어는 이 책이 주는 감동마저도 종종 작가에 의해 다분히 의도적으로 직조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상상력과 과장이 글의 재미를 위한 한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고,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전하는 팔리 모왓의 따뜻한 메시지는 이 책에서도 여전하다. 그리고, 단지 그것만으로도 팔리 모왓의 책을 읽는 이유로는 충분하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 이상을 원했던 내게, 이 책은 아쉬웠던 부분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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