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책의 날 기념, 10문 10답 이벤트!
1. 개인적으로 만나, 인생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누고픈 저자가 있다면?
닉 혼비. '소설가' 닉 혼비는 잘 모르겠고 인생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원하지도 않지만, "잉글랜드는 나의 팀이 아니다."라고 말한 위트 있는 '축구팬' 닉 혼비와 대화를 하면 꽤나 즐거울 것 같다. 그가 한국말을 할 줄 안다는 가정하에 만난다면, "아스날이 역사적인 무패우승을 달성했을 때의 느낌이 어땠는지?"라거나 "아스날의 아름답지만 반드시 승리를 담보하지는 못하는 경기 스타일과 아름답지는 않지만 대체로 승리를 담보하는 경기 스타일 중 하나를 택하라면 무엇을 택할 것인지?"와 같은 질문들을 하고 싶다.
2. 단 하루, 책 속 등장 인물의 삶을 살 수 있다면 누구의 삶을 살고 싶으세요?
<구운몽>에 나오는 양소유의 삶. 2처 6첩을 거느리고 부귀공명을 얻는 삶이란 남아라면 한 번쯤 꿈꿔볼 만한 삶이다. 다만, 양소유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행여나 성진이 꿈을 깨버리면 이쪽도 산통이 다 깨지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칫하면 하루 웬종일 불경만 외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3. 읽기 전과 읽고 난 후가 완전히 달랐던, 이른바 ‘낚인’ 책이 있다면?
나는 최근 십수 년 간, <퍼거슨 리더십>보다 더 실망스런 책은 읽은 기억이 없다.
4. 표지가 가장 예쁘다고, 책 내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책은?
기본적으로 표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편이고 내 심미안이란 것도 형편없지만, <야구란 무엇인가>가 괜찮았다. 하얀 바탕에 야구공 하나가 박힌 게(야구공은 엠보싱(?) 처리가 되어 있다!) 심플하면서도 품격이 있어 보였다. 책장만 널찍하다면 앞표지가 나오게 꽂아 놓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 정도였다. 게다가 내용까지 최고!
반면에ㅡ굳이 말할 필요는 없지만ㅡ그리 산뜻한 느낌은 아닌 축구 경기장을 바탕에 깔고 불에 타는 듯한 축구공 하나가 박힌 <피버 피치>의 표지는 좀 아니었다. 솔직히 그런 표지를 가진 책의 제목으로는 <불꽃 슈터 통키> 정도가 어울리지 않나 생각한다.


5. 다시 나와주길, 국내 출간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는 책이 있다면?
사이먼 쿠퍼가 지은 <축구 전쟁의 역사(원제: Football against the enemy)>. 나는 이 책을 대학교 때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었는데, 나 말고는 이 책을 아무도 안 읽는 것 같았다. 그때 이미 이 책은 품절 상태라 살 수는 없었고 도서관에는 한 3권쯤 있어서, 나는 이 책을 소유하고픈 욕심에 일단 이 책을 잃어버렸다고 말하고 도서관 측에 변상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었다. 하지만 '희귀본'은 정가의 몇 배 이상을 변상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혹 '품절본'도 '희귀본'에 속할까봐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대학에 갖다 바친 돈을 생각하면 이런 아무도 안 읽는 책 한 권쯤은 내게 그냥 줄만도 한데, 유감스럽게도 대학이란 녀석은 그러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이 다시 국내에 출간될 일은 없을 것 같다. 여전히 이 책을 읽을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까. 그저 이제는 사이먼 쿠퍼의 다른 책이나마 국내에 출간되기를 바랄 뿐이다.

6. 책을 읽다 오탈자가 나오면 어떻게 반응하시는지요.
내가 글을 쓸 때 오탈자를 주의하는 만큼 오탈자를 쉽게 찾는 편이긴 한데, 그렇다고 특별히 어떤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꽤 마음에 들었던 책에 오탈자가 많다면 출판사에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물론, 실제로 그러지는 않는다).
7. 3번 이상 반복하여 완독한 책이 있으신가요?
하루키의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를 3번 가량 읽었던 것 같다. 이런 일은 무척 이례적인 경우인데, 사실 그렇게나 읽었던 이유는 그 책이 무지 마음에 들어서는 아니었다. <상실의 시대>를 읽은 이후, 독서에는 그닥 관심이 없던 내가 하루키의 책 몇 권을 의욕적으로 찾아 읽었었는데,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를 읽고 나서는 외려 하루키를 읽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고, 나는 그 뜻밖의 변심에 나름대로 해명을 하기 위해 이 책을 여러 번 읽었다. 하지만 끝내 이유를 알 수 없었고, 그쯤 해도 어떤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제 그것으로 되었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책을 한 3번쯤 읽은 이유는 헤어지는 상대에 대한 마지막 예우였다고 해도 좋겠다.

8. 어린 시절에 너무 사랑했던, 그래서 (미래의) 내 아이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책?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으로는 기껏해야 셜록 홈즈나 괴도 루팡 시리즈 정도인데, 이것들은 지가 직접 읽으면 모를까 별로 읽어줄 만한 책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이 질문을 조금 바꿔서, 내 아이에게 꼭 물려주고 싶은 책으로 나는 아다치 미츠루의 <터치>를 꼽겠다.
나는 모든 스포츠 중에서 축구를 가장 사랑하기에 나의 아이도 축구를 좋아하길 바라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야구에 대해서도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야구를 모른다면 인생을 살아가는 재미가 조금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며, 말할 필요도 없이 <터치>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것도 그중의 하나다.

9. 지금까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두꺼운(길이가 긴) 책은?
단권으로 치면 아마도 <야구란 무엇인가>가 가장 두꺼웠던 것 같다. 단권이 아니어도 괜찮고 만화책이어도 괜찮다면 <메이저>. 나는 <메이저>를 52권쯤까지 본 것 같은데, 지금 검색해 보니 <메이저>는 73권까지 나왔고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 같다. 아마도 그 책을 모으기로 마음먹은 사람은 언젠가 파산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모을 생각은 없으니 한 200권을 넘겨도 상관은 없지만, 아무쪼록 내가 죽기 전까지는 완결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51권까지 나온 <열혈강호>도).
10. 이 출판사의 책만큼은 신뢰할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는?
딱히 좋아하는 출판사는 없지만, 굳이 꼽으라면 <돌베개>와 <한겨레출판>의 책들이 좀 더 믿음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