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 겁니다 - 수학자 폴 에어디쉬의 삶
폴 호프만 지음, 신현용 옮김 / 승산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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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출신의 수학자 폴 에어디쉬의 생애에 대해 간략하게 말하면 다음과 같다ㅡ폴 에어디쉬는 1913년에 도착해서 누구에게도 포획되지 않았고, 당연한 귀결로 해방된 적도 엡실런을 둔 적도 없었다. 그리고 그의 두뇌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거의 언제나 열려진 채 'SF(독재자)의 책에 있는 바로 그것'을 알고자 했으며, 무엇보다도 그는 결코 사망을 맞지 않고서 1996년 떠났다.

그러니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면 일단 안심해도 좋다. 위에서 알듯 모를 듯한 표현들은 에어디쉬가 즐겨 사용한 표현들을 이용한 것인데(가령, 수학에서 지극히 작은 숫자를 의미하는 엡실런은 아이를, 두목과 사망은 각각 아내(혹은 남편)과 수학을 그만두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표현들은 못 알아듣는 게 너무도 당연하다. 이건 단순히 익숙지 않은 단어의 사용이 문제가 아니다. 좀 더 분명히 하기 위해 책에 언급된 발언을 인용하자면, 에어디쉬와 공동연구를 한 바 있는 수학자 해롤드 데이븐 포트의 미망인은 남편과 에어디쉬의 기괴한 대화 장면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한다. "두 사람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들이 미쳤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물론 그들은 미쳤지요." 미친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건, 명백하게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대개의 수학자들이 아마도 조금쯤 미친거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1과 자신을 제외하고는 어떻게도 나누어 떨어지지 않는 '소수'를 찾기 위해 수십만, 수백만 자릿수를 헤매고 다니는 그들을 보라. 2를 3,021,377제곱하여 얻은 수에서 1을 뺀 수가 '소수'인데 대체 어쩌란 말인지. 설마하니 하필이면 딱 그 수만큼의 빵이 있다면 결코 한 사람 당 하나씩 외에는 달리 나누어줄 방법이 없을까봐 미리 걱정이라도 할 참이란 말인가! 수백 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또 어떤가. "일반적으로 2보다 큰 어떤 거듭 제곱도 두 개의 같은 거듭 제곱의 합으로 나타낼 수 없다."는 것을 대관절 왜 증명해야 하는가. 유일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오직 수학자들이 조금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미친 사람이 하는 일에는 별다른 이유가 필요 없는 법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책 속의 소제목에서 가져온 '우리 수학자 모두는 약간 미친 겁니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이 책의 원제가 실은 '숫자만 사랑한 남자(The Man Who Loved Only Numbers)'라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이 책은 약간 미친 수학자들 중에서도 유별난, 그러나 또한 그만큼 뛰어난 수학자였던 폴 에어디쉬의 생애를 주로 좇으면서 그와 관련된 (미친) 수학자들 그리고 그들이 다룬 (미친) 수학적 문제들도 아울러 언급하는데, 놀랍게도 이러한 (미친) 이야기들은 종종 재미있고 또 경이적이다. 가령, 콜럼비아 대학의 프랭크 넬슨 콜이 1903년, 지난 250여 년 동안 일반적으로 소수로 믿어져왔던, 2의 67거듭 제곱에서 1을 뺀 수가 193,707,721과 761,838,257,287의 곱으로 나타내짐을 담담히 칠판에 쓴 일화에서는 나도 모르게 '브라보'를 외치고 싶었고, 미친 짓처럼만 보였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마침내 증명되는 역사적 과정도 대단히 흥미진진했다. 만약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끝내 증명이 되지 않았다면, 나라도 그 정리를 풀기 위해 이제라도 수학에 투신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라는 건 조금 뻥이지만, 파울 볼프슈켈이라는 사람은 연인에게 실연을 당하고 자살을 생각했다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접하고는 흥미를 느껴 그 문제를 푸는 사람에게 상당한 금액의 상금을 걸었다고 한다).

"미쳐야 미친다."는 표현은 수학자들에게 특히 유효하다. 책 속에서 폴 에어디쉬가 말하듯이, 무엇보다도 수학자들은 "무한과 맞서서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이유로 종종 그들이 하는 일들은 일상생활과는 더욱 더 멀어지며 그저 미친 짓으로 보이는 듯도 하지만, 또한 그런 이유로 그들은 숫자를 더욱 더 사랑한다. 이 책은 그렇듯 숫자를 사랑하여 미친 사람들의 세계를 따뜻하고 세심하며 또한 유머러스하게 담아내었으며, 수학적 주제에 대한 친절한 설명으로(그럼에도 여전히 어려운 내용도 있지만, 그런 건 대충 넘어가도 별로 문제될 건 없다) 독자들이 그 세계의 매력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니까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러한 진지함과 치열함이 있는 한 미치는 것은 분명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인 것이다.

A graduate student at Trinity    트리니티 대학의 한 대학원생이
Computed the square of infinity    무한의 제곱을 계산해 보았네
But it gave him the fidgits    그러나 그 숫자를 써나가다가
To put down the digits,    그만 현기증이 나버려서 그는
So he dropped math and took up divinity    수학을 그만두고 신학을 하게 되었네

ㅡAnonymous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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