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GO! GO! FC 오렌지 1
나우다 타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GO! GO! FC 오렌지>는 여타의 축구만화와는 꽤나 차별성을 보여준다. 대다수의 축구만화들이 영웅적인 능력을 선보이는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워 그의 화려한 축구 여정을 그리는 것과는 달리, <GO! GO! FC 오렌지>는 '난요 오렌지'라는 한 축구팀이 한 시즌을 치러내는 동안의 희로애락에 주목한다. 그래서 일본의 2부리그인 'F2'에 소속한 난요 오렌지가 팀의 존속이 위태로운 절체정명의 상황 속에서 1부리그인 'F1'으로의 승격을 향한 대 분투기를 펼치는 것이 바로 이 만화의 중심 줄거리가 된다.
물론, 비범한 능력을 지닌 영웅적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은 이 만화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16세의 나이로 일본 F2의 꼴찌 팀 난요 오렌지의 구세주로 떠오르는 와카마츠 무사시의 능력은 여느 다른 축구만화 주인공들의 능력에 비해 한 치의 모자람도 없다. 하지만 그런 대단한 재능을 지닌 무사시라고 할지라도 '난요 오렌지'라는 '팀'에서 그는 여전히 한 명의 팀원일 뿐이다. 그 당연하지만 종종 간과되는 중요한 현실을 이 만화는 결코 예사로 여기지 않는다.
하나의 팀으로서 난요 오렌지가 처한 상황은 여러모로 절망적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난요 오렌지에 모여든 팀원들이 서서히 융합되면서 난요 오렌지를 만년 꼴찌 팀에서 승격을 노리는 팀으로 탈바꿈 시킨다. 재정적인 곤란에서 비롯되는 많은 악조건들과 무사시의 대표팀 차출과 관련한 논쟁, 그리고 선수들의 부상과 경고 누적으로 인한 어려움 등, 승격을 위한 난요 오렌지의 한 시즌은 매우 처절하면서도 현실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고난을 조금씩 극복해 나가는 난요 오렌지의 행보는 자못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더욱이 작가는 경쟁하는 라이벌 팀들을 넘어야 할 적으로서만이 아니라 모두 각자의 이유로 '승격'이라는 꿈을 지니는 박력 넘치는 팀으로 묘사하고, 또한 '승격'이라는 최고의 목표를 위해 선수들과 구단은 물론이고, 서포터와 지역 주민들의 노력과 염원이 합쳐지는 지점까지도 예리하게 포착하면서 만화의 감동을 한층 배가 시킨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독자들을 난요 오렌지의 서포터인 '오렌지 맨'의 하나로 동참시키고, 나아가 '오레 오레 오렌지'라는 꽤나 우스꽝스러운 응원구호에도 의외의 감동을 받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이 만화가 지니는 힘이다.
총 13권인 이 만화의 분량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 그러나 스페인에서의 어린 시절 중, 전(前) 난요 오렌지의 구단주와 난요 오렌지를 세계적인 클럽으로 만들겠다는, 장난 같은 약속 하나를 위해 일본으로 돌아온 무사시가 난요 오렌지를 세계적인 클럽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모두 담기에 역시 13권은 터무니없이 적은 분량이다. 작가는 무리하지 않고 13권으로 할 수 있는 만큼의 이야기만 한다. 여전히 난요 오렌지의 시즌은 계속되고, 그것은 1부리그로 '승격'을 이루든 혹은 2부리그에 '잔류'하든 마찬가지이며, 따라서 어쨌거나 힘겨운 도전이 계속될 것이라는 것. 작가는 딱 여기까지 이야기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이 산뜻하면서도 여운 있는 마무리는 독자에게도 역시 만족스럽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해, <GO! GO! FC 오렌지>는 '승격'으로 대변되는 '클럽의 꿈'을 주제로 한 독특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축구만화'다. 몇몇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축구팬에게는 분명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