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오늘 새벽 5시30분(한국시각)에는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더비 경기인 '엘 클라시코'가 벌어졌다. 막강한 공격력으로 리그 1위를 질주하는 바르셀로나와 달리, 갈지자 행보로 더비 직전에 감독교체의 강수를 둔 레알 마드리드의 사정으로 인해 더비의 긴장감은 한층 줄어들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역시, 축구팬이라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경기가 바로 '엘 클라시코'인 것이다.

그런데, 이 경기를 생중계 해주는 KBS스포츠 채널의 편성표를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을 이내 발견할 수 있다. 일요일 새벽 5시30분에 경기가 생중계 되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그 다음 재방송이 월요일 새벽 5시라는 건 대체 뭐란 말인가. 설마하니, 일요일 새벽 생중계를 못보는 사람이 월요일 새벽 재방송을 볼 수 있다고 믿는단 말인가!

최근 몇년 간, 한국에서 방송되는 축구리그 중에서 이른바 '대세'라고 할 수 있는 건 단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다. 이는 프리미어리그가 한국 선수들이 많이 진출한 곳이고, 빠른 경기템포가 매력적인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지만, 여기에 한 가지 이유를 더 대자면, 방송시간의 편리함도 한몫 한다고 볼 수 있다. 대체로 프리미어리그는 토요일 저녁 9시30분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그저 "프리미어리그가 최고다."라고 말해버린다면 당연히 안 된다. 그것은 적어도, 프리미어리그와 경쟁적 관계에 있는 리그를 방송해주는 방송사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물론, 박주영의 소속팀인 AS모나코의 경기도 독점으로 방송하는 KBS스포츠 채널의 경우, 이미 축구팬을 매혹시킬 충분한 '자원'을 손에 넣었다고 말할 수 있다. 박주영은 성공적으로 팀에 적응하며 주전자리를 완전히 꿰찼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세련된 경기력의 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니까 말이다. 다만 간과할 수 없는 한가지 문제는, 대체로 박주영의 경기는 새벽 1시쯤, 프리메라리가는 새벽3시 이후에나 방송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KBS스포츠 채널은 일요일 낮 혹은 다음날 오후에 도무지 재방송을 보내주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당장 오늘만 해도, 오늘 새벽 2시20분에 벌어진 맨유와 토트넘의 경기는 MBC ESPN을 통해 생중계는 물론이고, 낮12시와 저녁10시에 재방송 일정이 잡혀 있지만, '엘 클라시코'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 KBS스포츠 채널은 시청자, 특히 축구팬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말했듯, KBS스포츠 채널이 가진 '자원'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최근 박지성을 제외하면 딱히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다른 프리미어리거들의 상황을 고려하면 특히나 그렇다. 더욱이 최근 개봉한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를 통해 '엘 클라시코'의 이름이 일반에 들리는 호재를 고려하면, KBS스포츠 채널의 한심한 편성표는(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축구팬의 경우일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대한 모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대개 자주 보는 것에 익숙해지고, 그것에 더욱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프리미어리그가 '대세'인 데에는 프리미어리그의 경기방식에 익숙해지고, 그들의 카메라 뷰에 적응하고, 그럼으로써 더욱 거기에 관심을 갖게 되는 '선순환'이 알게 모르게 작용한다. KBS스포츠 채널이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그저 막연히 팬들이 '불편한' 시간의 생중계를 기꺼이 감수하기를 바라지만 말고, 최대한 팬들이 적당한 시간에 경기를 재방송으로나마 접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프리메라리가 혹은 박주영 경기에 대한 '익숙함'과 '관심'과 '애정'으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쪼록 KBS스포츠 채널의 분발을 촉구한다.

그러니까, '엘 클라시코' 좀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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