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8>

제주도가 전라남도 밑에 있다는 것을, 나는 이번에 여행을 계획하면서 펼쳐든 지도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저 막연히 중간 밑에 있는 줄로만 알았건만, 의외로 제주도는 왼쪽으로 완전히 치우쳐서 위치해 있었다. 그래서 제주도는 완도와 무척이나 가까웠고, 알아보니 완도에서 제주도까지는 배로 약 3시간 정도면 족했다. 그리고 그걸로 이번 여행의 밑그림이 가볍게 완성되었다. 해남에서의 이틀 째 완도로 이동하여 자고, 다음날 아침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가겠다는 것이 바로 그것.

제주도를 찾는 목적은 단 하나, '제주올레' 길을 걷기 위해서다. 걷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의외의 결심이지만, 이래저래 접한 '제주올레'에 대한 열망은 갈수록 깊어지기만 했다. 과연 '길' 위에서 무엇을 얻을지는 알 수 없거니와, 또 무언가를 꼭 얻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혼자서 혹은 누군가와 함께 그 '길'을 마냥 걸어보고 싶은 욕구에 한참을 들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내 계획에, 함께 과거를 회고할 수 있고, 현재를 이야기할 수 있으며, 미래를 꿈꿀 수 있는 K는 더할 나위 없이 알맞은 동행이었다.

급작스러웠던 출발 탓에 혹시라도 배편을 쉽게 구하지 못하면 어쩌나 조금 걱정했으나 그야말로 기우. 오전 10시 40분에 제주도로 향하는 배편은 아무 어려움 없이 구할 수 있었고, 수십 명이 함께 누워갈 수 있게 되어 있는 자리는 널널했다. 하늘은 맑았고, 바다는 조용했다. 내가 앉은 자리 바로 옆에 위치한 큰 창을 통해서는 물결이 배에 부딪혀 반짝이는 모습이 보였고, 잔잔하지만 틀림없는 물결의 파동은 거대한 배의 선실에서도 미약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와중에 책 한권과, 어느 마음 좋은 아저씨가 건네주신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내 손에 들려 있었으니, 이보다 근사한 낭만이 또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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