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7>

어제 저녁에 결의했던 대로, 우리는 새벽예불을 드리는 다른 분들의 불경소리를 어렴풋이 들으며 계속해서 잠을 잤다(무엄하게도!). 그리고 결의했던 바와는 다르게, 다른 분들이 모두 아침식사를 하시는 시간에도 계속해서 잠을 잤는데, 이건 어차피 예불을 빼먹은 이상 마땅한 일이었다. 그런데 예불과 아침을 모두 거른 두 가련한 중생은, 여기에 더해 가증을 부렸다. 우리는 대충 씻은 후에 모든 짐을 챙겨서 우리가 묵은 '향적당(香積堂)'을 나와서는, 마치 이른 아침부터(비록 우리가 늦잠을 자기는 했지만, 여전히 8시가 조금 넘었을 뿐이다) 미황사에 들른 부지런하고 단정한 여행객인 양 미황사를 휘 둘러보았고, 가끔은 '음, 아침의 미황사는 과연 아름답군.'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곤 한 것이다. 그러고서야 우리는 달마산의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키며 천천히 미황사를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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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 2008-10-20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해! 당장 나도 가고 싶잖아! ㅠ 월요일 아침부터 교무실에서 정신 없이 웃었어. ㅋㅋ 원래 몰래 보고 가곤 했는데 오늘은 댓글을 남겨야겠더라. B형 남자의 무심함이 뭐니! ㅎ

Fenomeno 2008-10-20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 느닷없이 뭐냐? 여기서 니 댓글을 보니까 좀 낯선데. 차라리 조스바라고 했으면, 좀 더 친숙했을 텐데... ㅎㅎ

B형 남자의 무심함은, 겪어봐서 조금은 알지 않냐, 그러니까 그 '매력' 말이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