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쯤에 여행을 떠나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진즉의 일이었지만, 여행의 출발은 꽤나 급작스러웠다. 여행에 동행하기로 했던 친구 K에게 이미 예정되어 있던, 그러나 그가 깜박하고 있던 어떤 사정이 여행을 일주일 앞두고 불현듯 떠올려지면서 여행은 한참 뒤로 미뤄질 판이었는데, 그러자 K는 "그럼 차라리 내일 떠나자."라는 사뭇 호기로운 제안을 했다. 여행 일정을 모두 일임받은 처지에서 나는 좀 더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떠나고 싶어했으나, 한편으로는 그런 충동적인 출발 역시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완벽한 계획 따위는 있을 수 없거니와, 무엇보다도 이번 여행 최대의 모토는 바로 '자유'였으므로.

그리하여 이래저래 고심을 거듭한 끝에, 우리는 출발 전날 밤에 긴급히, 다음날 새벽에 떠나기로 하였다. 그것은 말하자면, 완벽하지만 불확실한 출발을 기다리기보다는, 불확실하지만 완벽한 출발을, 바로 지금 선택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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