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e - 시즌 2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2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예전에, 나는 살아가면서 가슴에 새겨두고 싶은 한자(漢字)에 대해서 열심히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내가 떠올린 건 和자와 樂자, 단 두자였다. 그 중 和자에 대해서라면, 나름대로는 내 주장만이 옳다고 여기지 말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기울이며, 상대적인 관점에서 나와 '다른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자고 하는, 진부하지만 꽤 그럴듯한 의미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樂자에 대해서라면, 솔직히 이왕 나온 한 세상을 가급적 즐기면서 즐겁게 살자는, 진부하면서도 상당히 속물적인 의도가 가득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어디 세상에 즐거운 일뿐이겠는가. 누구나 즐겁게 살고 싶은 마음은 매 한 가지겠지만, 의외로 樂이라는 것은 마치 희귀한 재화라도 되는 것인 양,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그래서 너무 없어서 도무지 세상이 즐겁지 않은 사람이 있는 반면, 너무 많이 가져서 오히려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누군가는 그것을 마음의 문제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없이 살더라도 즐거운 마음을 잊지 말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리고 내가 위에서 말한 樂도 그런 측면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역시, 그것은 기본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물질적 생활을 전제로 한다는 게 명백한 현실이 아닐까.

이 책 <지식e-시즌2>에서 보여주는 40가지의 에피소드들은 바로 그러한 현실의 증명이라고 할 수 있다. 전편에 비하면 가슴을 울리는 에피소드들은 상대적으로 적어졌다고도 할 수 있지만, 대신에 보다 현실적이면서 현재 우리 사회와 밀접하게 관련된 사안들이 좀 더 많아졌다는 느낌이다. 40개의 에피소드들은 크게 喜,怒,哀,樂의 4개 챕터로 구분되어 있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喜,怒,哀,樂편의 각 에피소드들이 전적으로 그 글자만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비쌀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이 오직 기쁜 일일 리 만무하고, 치매와 관련된 에피소드에 그저 분노의 감정만 생기지는 않으며, 사람을 사랑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은 최민식의 일화가 슬프기만 한 것도 아니며, 영국밴드 첨바왐바의 기행이 오로지 즐거움만을 주는 것도 아닌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喜,怒,哀,樂은ㅡ마치 사람들 간의 관계가 그러한 것처럼ㅡ이리저리 연결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나의 기쁨이 누군가의 슬픔이 되고, 나의 즐거움이 누군가의 분노를 사고, 나의 슬픔이 누군가를 위로하기도 하며, 또 나의 분노가 누군가를 기쁘게 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추구하는 바는, 궁극적으로 모두의 즐거움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古권정생 선생님의 일화가 당당히(?) 樂편에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가 아닐까. 선생님이 한 해 수천만 원씩 들어오는 인세 수입에도 불구하고 끝내 가난함을 떨치지 못하신 건, 당신 혼자의 樂이 결코 진정한 樂이 될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계셨기 때문이리라. 그러므로, 선생님의 樂이야말로 다른 이의 喜,怒,哀를 보듬은 '진정한 즐거움'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자다보면 발가락을 깨물기도 하고 / 옷 속을 비집고 겨드랑이까지 파고 들어오기도 했다. / 처음 몇 번은 놀라기도 하고 귀찮기도 했지만 / 지내다보니 정이 들어 / 아예 발치에다 먹을 것을 놓고 기다렸다. / 개구리든 생쥐든 메뚜기든 굼벵이든 / 같은 햇빛 아래 같은 공기와 물을 마시며 / 고통도 슬픔도 겪으면서 / 살다 죽는 게 아닌가." (p369)

개인적으로 책을 읽는 이유는 독서가 궁극적으로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때로 불편한 진실에 슬퍼하고 분개해하면서도 끝내 거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도,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즐거움을 지향하는 과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지식e-시즌2>는 자신이 가진 樂의 소중함을 되새겨주고, 다른 사람의 樂을 외면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 진정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부디 이 책을 읽고 즐거울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과 나, 우리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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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빠 2008-06-09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식e>에 관한 설문조사로 도움을 받고 싶은데요
http://blog.naver.com/image2two 에 오셔서
내용을 확인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