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도시 꾸리찌바 - 개정 증보판
박용남 지음 / 녹색평론사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꿈의 도시'라고 해서 미래지향적이고 기술지향적인 현대문명의 첨단을 상상한다면, 이 책은 오직 실망감만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꿈의 도시'라는 놀라운 찬사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빠라나주에 위치한 꾸리찌바는 대다수 개발도상국의 도시들이 지니는 기술적, 경제적 한계를 여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을 존중하고, 환경을 생각하며, 아이들의 미래를 소중히 여기는, 그런 꿈같은 도시를 기대한다면, 이 책은 충분한 위안과 희망을 줄 수 있음에 틀림없다.

인구 160만 명의 대도시, 꾸리찌바는 여러 부분에 있어서 현대도시들이 행하는 일률적인 도시행정과 차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현대도시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지하철을 건설하는 것과 달리, 꾸리찌바는 그 수백분의 일의 비용을 들여 버스를 이용한 대중교통의 구축을 선택했다. 그 대신 '지하철의 지상화'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도시교통체계를 확립하였다. 그리고 역사적 지구의 보존과 활용에 대한 창조적 발상이나,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주민들을 위한 도서관인 '지혜의 등대'의 건립, 공공서비스의 분산화를 위한 '시민의 거리' 등의 예는 꾸리찌바에서 행해지는 도시행정의 독특함과 창조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그러한 도시행정이 단기적, 즉흥적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래를 담당할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꾸리찌바는 결코 간과하지 않는다. 그래서 '쓰레기 아닌 쓰레기' 프로그램을 통해 재활용품을 교과서나 장난감으로 바꾸어줌으로써 아이들의 재활용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제고시킨다거나, 꾸리찌바 시의 역사에 대한 교육과 현장학습을 통해 시에 대한 소속감과 애정을 갖도록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사회적으로 소외된 아이들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그들을 사회 내로 되돌리려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이러한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서 꾸리찌바는 저예산 정책을 통해서도 창조적 발상과 시민들의 자발적 협력이 합쳐지면, 괄목할만한 정책적 효과를 이루어낼 수 있음을 증명한다. 그리고 오늘날 현대의 대도시들이 지니는 많은 문제점이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궁극적인 도시행정의 원리가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제시한다. 이런 꾸리찌바이기에 이 도시가 브라질 내에서 '존경의 수도'로, 국제사회에서 '희망의 도시', 또는 '지구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올바르게 사는 도시'로 인정받는 것은 전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여전히 꿈은 결코 현실이 아니며, 이것은 '꿈의 도시 꾸리찌바'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꾸리찌바가 보여주는 창조적이고, 친환경적이며, 궁극적으로 인간을 존중하는 여러 도시행정들은 사람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하고, 이것이 꾸리찌바로의 유입 인구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로 인해 꾸리찌바는 빈곤층의 증가를 감내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들이 강 주변에 어지러이 버리는 쓰레기 문제와 오염된 하수를 그대로 방류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에 부닥친다. 뿐만 아니라 "꾸리찌바 시는 천국이 아닙니다."라는 전 시장 레르네르의 말처럼 꾸리찌바는 다른 도시들의 여러 문제들을 똑같이 가지고 있고, 이것은 바로 '현실의 도시 꾸리찌바'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할만하다.

'꿈의 도시'와 '현실의 도시'는 다분히 상충적이고, 이는 '환경과 개발의 딜레마'에 관한 문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꾸리찌바가 원칙적, 이상적으로 축구하는 것은 물론 '지속가능한 개발'이지만, 적정한 개발의 수준을 상정한다는 것은 매우 막연하고도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현실적으로 산적한 문제점들을 앞에 두고, 오로지 원칙적, 이상적 원리만을 추구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과연 앞으로도 꾸리찌바가 여전히 '꿈의 도시'로 남을 수 있을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시의 교재에 이런 문구가 여전히 존재하는 한, 꾸리찌바는 분명 희망적이리라고 믿는다.

당신이 울고 싶을 때 나를 불러라.

그러면 나는 당신과 함께 울어줄 수 있다.

당신이 웃고 싶다고 느낄 때 나에게 말하라.

그러면 우리는 함께 웃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이 나를 필요치 않을 때도 역시 나에게 말하라.

그러면 나는 누군가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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