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얼마나 정의로운가 - 법과 정의에 대한 9가지 근원적 질문들
폴커 키츠 지음, 배명자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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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각하거나 기분이 나빠지거나 어렵다거나 하는 각각의 이유로 이제껏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가 있다. 법도 그런 분야의 하나이다. 동시에 조금이라도 알아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 것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사람은 누구도 혼자 동떨어져 살아갈 수 없다. 자연 속에서 사람 사이에 관계를 맺고 사회와 국가에 소속되어 살아간다. 이 시스템 안에서 목숨 부지하고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법이 생겨난다. 법은 때로 사사로운 사항까지 제재할 수 있고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기때문에 기본적인 이해는 필요하다는걸 나이먹을수록 깨달아간다.

 

  이제 조금 알자는 사람에게 법이 얼마나 정의로운지에 대한 질문은 너무 까다롭다. 법을 제대로 모르는데 정의로운지 아닌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그저 사람들의 입에, 법도 있는 사람 편이다 라는 설움섞인 말이 흘러나오는걸 어디선가 주워들은 기억만을 떠올리게된다. 스스로 생각해도 참 형편없다는 걸 알겠다. 그래서 읽어보려는 마음이 생겼다.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 이 책이라면 그 대답도 알려주지 않을까 싶었다. 적어도 자기 대답을 할 수 있게 생각하고 판단할 근거라도 줄 것이다.

 

  독일법과 독일의 사건 사례들을 통해 다양한 주제의 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목차를 보니 어느것 하나 관심이 안가는 것이 없었고 곱씹을수록 궁금해졌다. 종교가 없는 내게도 종교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될지, 나 자신의 문제를 비롯해 결혼이나 자식문제에 대해서도 말하고 더 나아가 형벌과 죽음까지도 이야기한다. 내가 예술가는 아니더라도 어느날 예술가라고 칭하는 사람으로부터 사생활 침해 혹은 사유재산의 파손을 경험할 수 있다. 정말 거리가 멀어보이는 마약에 취한 권리의 내용도 흡연이나 음주와 같이 수위를 낮추니 또한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할 수 없어졌다. 멀고 가까운 정도는 있겠지만 누구라도 겪을 수 있고 살면서 한번은 들어봤을만한 친밀한 주제들의 문제에 법이 어떻게 사고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판단하는지 이 책은 보여준다.

 

  사람들은 법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을까. 이제껏 한번도 명확한 이미지나 개념을 갖고있지 않았지만 책을 읽은 후 느낀 법은 막연하게 느끼던것과도 참 많이 달랐다. 법은 참 견고했다. 불가침의 영역이 몇가지 존재했다. 대표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은 누구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해할 수 없었다. 그게 국가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와 대등한 영역에 속한 보장이 더 있었고 이들끼리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보장의 정도 차이가 내게 이해되지 않게 다가오기도 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인격 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것, 당연히 좋다. 그런데 이것은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의 것이면서 생명권은 그 아래 단계에 있다고 한다. 법은 강하고 강제력이 있으며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인지상정과는 관련이 없다는걸 알았다. 사람을 지키고 사회와 평화로운 현실을 지키기 위해서는 예외상황을 두어 생명을 앗아갈 수 있고 자식을 만나지 못하게 할 수도 있었다.

 

  만약 법이 그대로 유지만 되고 있다면 나는 꽤 실망했을 것같다. 다행히도 책을 읽으면서 법이 시대적 현실에 따라 바뀌거나 추가되는 모습을 확인했다. 법에는 현재의 평화를 보호하는 의무가 있다. 과거의 평화가 더이상 마냥 평화롭지만은 않을때 법은 그 모습을 바꿀 수 있었다. 기억해야 할 것은 법이 바뀌는데에 사람들의 끊임없는 요구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아무리 불편하고 공평하지 못하다고 해도 가만히 있으면 법은 바꾸지 않는다. 계속해서 문을 두드려야 하고 사회가 달라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내야한다. 그렇게 해서 동성애 인정과 관련법 추가라는 변화가 생겼고 법적 아버지와 생물학적 아버지 양쪽의 권리가 같아졌다.

 

  법은 만능이 아니다. 법은 현실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명쾌하게 판단할 수 없었다. 법이 스스로 가진 한계가 존재했다. 서로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의 충돌이 생겨날때 법은 어느쪽으로도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양쪽 모두의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내야 했다. 이전에 읽은 현직 판사의 소설이 떠올랐다. 누가봐도 벌받아야 할 놈이 분명한데 뭘 그렇게 재고 따지나 싶었던 마음이 없지 않았다. 답답하게만 보이던 그 모습이 이제 조금은 이해가 된다. 독일의 법이 최우선으로 두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슬쩍 본듯한 기분이다. 우리나라의 법은 어떨까. 법치국가로서 같은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젠 우리나라의 법 이야기를 하는 책을 한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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