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지음, 이장미 그림 / 한겨레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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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미혼이고 싱글이지만 친구들중에는 애기엄마들도 있고 내년이면 학부모가 된다며 걱정하는 말도 들었다. 솔직히 하나같이 뜬구름잡는 이야기같이 멀게만 느껴진다. 어느새 내게도 친조카가 생겼고 그 어린아이에게서 친척의 닮은점이 보이면 기분이 묘해졌다. 나는 마냥 순수하고 맑은 이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한번씩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건 언젠가 내가 엄마가 되면 내 아이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과 같다는걸 알았다.

 

  엄마와 딸은 참 재미있는 관계같다. 마냥 따뜻하고 좋았던 엄마는 딸이 크면서 친구사이처럼 된다. 함께 쇼핑을 하기도 하고 영화도 보고 여행을 하기도 한다. 진짜 친구와 다른점이라면 서로 다른 시간대를 걷고있기때문에 뒤늦게 깨닫고 이해하며 애틋함이 더해진다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 이 책을 읽는 중에도 곳곳에서 엿보였다. 실제로 겪어봤고 힘들다는걸 알아도 없애줄 수 없기에 자신과 같은 실수를 해서 상처받는 일이 줄기를, 보다 현명하게 인생을 헤쳐나가기를 바라며 애정을 갖고 바라보는 시선. 책에는 그런 마음으로 딸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글이 가득했다.

 

  그와 함께 약 5~10분 이내로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는데 정말 흥미로웠다. 나는 요리를 정말 못한다. 수량에 대한 감각도 둔한편이어서 라면을 끓일때마다 물의 양으로 항상 고민을 한다. 당연히, 라면맛이 복불복이다. 이런 상황이니 요즘 그렇게 요리방송이 인기여도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겨우 1개이고 그마저도 그저 구경하는 마음으로 본다. 시청자도 따라할 수 있는 요리라고는 하지만 내겐 무리다. 엄두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되는 레시피중 몇가지는 나도 솔깃해질만큼 간단해서 직접 따라하기도 전에 군침이 돌았다.

 

  언뜻 보면 이 책은 요즘 트렌드를 적당히 충족한듯 보인다. 힐링이니 용기니 위로니 하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이 너무 많이 보인다. 딸에게 주는 조언이 절반이니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또 다른 트렌드 요리. 나조차 이정도면 할 수 있을것같다고 생각하게 만들어버리는 심플한 과정을 자랑하는 레시피가 등장한다. 구성만 보면 그야말로 트렌드 도서이다.

 

  하지만 작가는 딸에게 말한다. 우울할때는 몸부터 움직이라고. 몸과 마음은 별개의 것이 아니어서 몸을 활기차고 즐겁게 만들면 마음은 따라오게 된다고 말이다. 마음보다는 몸의 변화를 끌어내는 편이 빠르다면서. 몸을 챙기는 방법의 하나로 요리를 들고있다. 간단하면서 빠른 시간안에 조리할 수 있으면서 몸에도 좋고 맛있는 요리를 예쁜 식기와 어울리는 음료를 곁들여 먹으라고 한다. 문득 오늘 내 하루 세끼를 떠올렸다. 아침 굶고 점심은 과자에 커피, 저녁은 양념치킨과 콜라.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나도 언젠가 엄마가 된다면 내가 책을 읽으며 알게된 것, 이를 통해 새롭게 보게 된 세상의 일, 시행착오를 거쳐 겨우 알게된 인생에 대해 아이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내게 그런 지혜가 얼마나 있을까 싶어 벌써부터 내심 걱정이기도 했다. 작가는 내가 하고싶었던 것을 훌륭하게 보여주었다. 자신을 사랑하는게 무엇인지, 어떤 사람들을 가까이하고 멀리할지, 어떤 시각으로 삶을 바라봐야하는지, 여자로서 알아야 할 남자이야기.... 이런 엄마를 둔 책속의 위녕양이 정말 부러웠다. 그리고 읽는동안 또 한명의 위녕양이 된 기분이 들어 좋았다. 조언에 따라 나도 후줄근한 옷은 버리고 기분좋은 옷을 입고 간단하면서 맛있는 그런 요리들을 하나씩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쩐지 그런 생각만으로도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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