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아내
테이아 오브레트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이 책은 다른 책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감은 없었지만 마치 그림자를 보는듯 하얀 여백에 검은 형체만 있어도 조금도 흠이 되지 않을 만큼 서정적이고 호기심을 갖게하는 표지그림이었다. 어느 숲속에 한눈에도 어려보이는 소녀가 있고 그 앞에 호랑이가 있다. 보통의 상식으로 보면 위험하기 짝이없는 상황이지만 그림은 그런 분위기를 조금도 풍기지 않는다. 그래서 신기하고 눈에 금새 들어왔다. 그런데 제목도 호랑이의 아내이다. 당연히 제목에 맞춰서 표지를 꾸몄겠지만 덕분에 책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짐작을 하게 되었다.

 

보통 제목은 책 내용의 중심이고 전부인 경우가 많아 이번에도 그런식으로 상상했었다. 동물과 사람이 친밀한 관계를 맺은듯하니 어쩌면 환타지쪽으로 흘러갈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그래도 어딘지 부족한듯하고 어긋난듯도 해서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같은 작품은 아닐까 했다. 증명사진처럼 실린 어여쁜 작가를 보아도 그편이 어울리겠다 여겼다. 그런데 책소개를 보았을때는 좀 더 크고 차가운 현실을 담고있음을 알았다. 표지나 제목의 분위기와는 달리 전쟁이 책 속에 있었던 것이다. 전쟁을 이야기하면 동화같은 것은 끼워넣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책에 쏟아진 찬사를 보며 더욱 궁금해졌다.

 

어릴때부터 할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냈던 주인공은 무료봉사를 위해 집을 떠나있는 사이 할아버지의 죽음을 전해듣는다. 더욱이 할머니에게 자신을 만난다고 하고 떠났는데 전혀 엉뚱한곳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자신조차 할아버지가 왜 그곳에 갔는지 이유를 모른다. 그녀는 할아버지의 흔적을 밟아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전쟁을 겪은 할아버지의 삶에는 신기한 인연도 있다. 제목에 있는 호랑이의 아내도 그 중 하나이다. 귀머거리이고 호랑이의 아내가 된 소녀나 자신을 죽지 않는다고 소개했던 남자등 환타지나 동화가 아닐까 하고 짐작했던 요소들이 할아버지의 현실에 있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것들이 삶에 녹아있어 거칠고 비참한 전쟁 이야기를 아름답고 환상적인 것으로 바꾸어놓았다. 이런 작품을 서른도 안된 젊은 작가가 썼다고하니 그 재능이 부러웠다. 첫 작품이라는데 순식간에 많은 타이틀을 달게 된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작가 자신이 실제로도 외할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그를 위해 쓴 작품이라고 한다. 이런 애틋한 마음이 녹아있어 작품이 이렇게 예쁜 모양이다. 이 젊은 작가가 앞으로 얼마나 발전을 해서 어떤 이야기를 펼쳐놓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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