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 거리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배우 뺨치게 멋진 동생을 엄마의 마음으로 자랑스러워하고 자기 자신도 인기많은 남자를 좋아하지만 언제나 속으로 상상만을 하며 소심하게 살아가는 여주인공 사유리의 일상이 그려진 소설이다. 그녀의 독특한 취향은 자세히 보면 참 재미있다. 별볼일 없는 작은 도시인 고향마을을 리스본의 도시에 견주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그저 혼자서 건물과 거리 곳곳을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제목인 7월 24일 거리 역시 그중의 하나였다. 상상속에 푹 빠져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 여자가 만들어낸 이국이다.

 

  직장 상사인 주임은 사유리의 고등학교 선배 아키코와 결혼했다. 그런데 두사람의 결혼생활이 그리 행복하지 않은 모양이다. 툭하면 사유리를 찾는 주임은 아내에게 어쩌지 못하고 그저 저녁식사에 초대할 뿐이다. 이미 직장동료들도 사정을 다 아니 이들은 자신들의 떨떠름한 기분만을 스스로 수습하며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누가봐도 거절한다고 해서 원망들을 일이 아닌데도 아무말도 못하고 부부사이에 끼어들고 만다. 이런 사유리에게 아키코는 고등학교때의 일과 당시의 남자친구 사토시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사유리를 보면 그녀는 정말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싶은일이 있기는 한걸까 의심스러워진다. 가장 자신답게 하는것은 혼자서 상상하는 것이다. 그외엔 남들이 자신을 굴리는대로 굴러간다. 그래서 그리 길지 않은 글인데도 읽고있는동안 점점 따분해져가는 기분이 들었다. 혼자 계신 아버지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어도 여전히 어물쩡한 태도를 취한다. 두팔 벌려 환영하는것은 아니면서도 그 여자가 자연스럽게 부엌에 들어와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에 반감을 표하지 않는다. 혼자서 좋아했던 사토시에게도 한마디도 건네지 못한다. 그런 그녀였기에 동생의 여자친구에게 난데없이 인정할 수 없다고 소리쳤을때는 놀랐다.

 

  주인공이 사는곳이나 생활을 보면 특별한 사건따위는 없다. 전부 우리 모두와 크게 차이가 없는 일상적인 일이다. 그 일상 안에서 용기를 내지 못하고 같은 틀을 왔다 갔다 하는것은 더더욱 똑같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사유리의 모습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그리고 큰 일이 없어도 결코 매일 매일이 시시한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슬그머니 했다. 사유리가 용기를 내고 실수하고 있다는 자신의 예감을 무시해가면서 하고싶은대로 움직이고나니 더욱 생기있는 사람, 동네, 일상이 되었다. 그런 그녀의 행동이 조금도 어리석게 보이지 않았다. 아마 사유리에게는 더이상 7월 24일 거리는 필요가 없을것이다.

 

  소심한 사유리가 한발짝 내딛는 성장을 하는 계기가 내겐 조금 약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평범하기 짝이없는 여주인공에게도 감정이입을 하게 만드는 이 작품은 인상적이다. 각각의 장이 무엇이었는지 알고나니 남의 것을 통해 사유리의 이야기를 늘어놓은 점이 무척 재미있다. 역시 요시다 슈이치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내내 움츠리고 있는 것보다, 실수를 저지르고 우는 한이 있어도 움직여보려 한다.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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