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나구

츠나구 - 죽은 자와 산 자의 고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1년 7월

  죽은 사람에 대해 미련이 남아있다면 간단히 명복을 빌고있을수만은 없을 것이다. 나도 어느새 가족과 친구를 보내야하는 경험을 했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어서 한동안 많은 생각을 하면서 지냈었다. 그래서인지 산자와 죽은자를 이어주는 존재 '츠나구'는 혹시 현실에도 정말 소리없이 어딘가에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정말 그런 사람을 알게된다면 난 어떤 부탁을 할까. 지나가듯 가볍게 엄마에게 책의 내용을 말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도 엄마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아빠를 보고싶다고 했다. 만나서 무슨말을 하고싶냐고는 차마 묻지 못했다.

 

  이 책에 흥미를 느낀 이유는 '츠나구'의 존재때문이다. 다른 이야기에도 있을것도 같았는데 생각해보니 아직 한번도 본적이 없다. 소재가 마음에 들어 꼭 보고싶었다. 금새 나라면 어떻게 할까 하며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다. 책은 츠나구, 즉 사자에게 의뢰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마지막에 이들의 마지막 만남을 이어준 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일은 보통 나이가 지긋한 사람이 할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책속의 한 의뢰인처럼 나도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사자로서 등장한 것은 말끔한 외모의 고등학생 소년이다. 사무적이고 침착하게 일처리를 하는 모습이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하필 첫 이야기가 아이돌 출신 연예인을 만나고 싶어하는 소심한 여성에 대한 것이었다.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과호흡으로 길가에서 힘들어할때 자신을 도와준 여성이 그 연예인이라는것을 알고 팬이 되어버린 그녀는 돌연사한 연예인을 만나고 싶어했다. 개인적으로 그 마음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친것을 보고 역시 있어서는 안될 하룻밤이라고 해도 없는것보다는 낫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모든 케이스가 다 좋은것은 아니었다. 이미 죽어버린 사람을 어떻게 만나게 된다고 해도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나가는것은 아님을 새삼 알게됐다. 이건 어쩐지 마음이 아팠다.

 

  츠나구의 일을 맡고있는 소년은 이제껏 그일을 가족들도 모르게 해왔던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았다. 심장이 안좋아 병원에 입원한 할머니의 부탁으로 일을 돕기 시작한 소년 아유미는 연예인을 만나고 죽은 어머니를 만나게 해준 의뢰가 첫일이었다. 죽은 자를 만나는것은 일생에 단 한번만 허락된 일이다. 죽은 자에게도 역시 단 한번뿐이다. 더구나 의뢰조차 할수없이 마냥 기다리는 입장이라 더욱 신중하다. 하지만 사자에게는 그 한번뿐인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할머니로부터 설명을 들으며 정식으로 힘을 물려받기 전까지 의뢰를 할것인지를 고민하는 아유미의 모습이 가장 인간적으로 비춰졌다. 남겨진 사람으로서 고민하면서 동시에 견습 사자로서 타인의 삶을 지켜보는 입장에 서면서 한층 성장하는 모습이 책의 끝맺음으로는 아주 좋았다.

 

  소재나 줄거리가 마음에 들었음에도 막상 책을 손에 쥐었을때는 어딘가 모르게 부담스러워 쉽게 책을 펼치지 못했었다. 그렇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니 쉽게 빠져들었다. 읽는 내내 마음이 차분해지고 잔잔하게 슬픔이 밀려왔는데 이 기분이 내심 좋았다.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두었다가 다른책도 만나면 꼭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