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틀리
알렉스 플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갑자기 내 앞에 키도 크고 사람인지 짐승인지 모를만큼 털로 뒤덮힌 누군가가 나타난다면 난 어떤 반응을 할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그가 말이라도 걸어온다면 너무 놀라 대답도 하는둥 마는둥하고 아마 그자리에서 얼어버릴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약간의 호의조차 갖는것은 거의 불가능할것만 같다. 간단히 생각해보아도 좋은일은 없을것만 같은데 요즘과 같은 세상에 마법에 걸려 야수가 된 사람이 있다면 그는 무척 외로워질것이다. 비스틀리는 현대판 미녀와 야수버전으로 하루아침에 눈부신 외모를 가진 부잣집 외아들에서 아버지에마저 외면당하는 괴물이 된 남자의 2년간을 그린 이야기이다. 

  주인공 카일 킹스버리는 유명한 앵커로 활동하는 아버지를 둔 미소년이다. 잘생긴 외모덕분에 인기도 좋았고 항상 바쁜 아버지는 카일의 요구를 부족함없이 모두 들어주었다. 때문에 카일은 학생이지만 돈을 쓰는것에 주저함이 없었고 원하는 것은 모두 손에 쥐었다. 모두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자만한 탓인지 카일은 못생긴 아이들을 무시하고 굴욕감을 주는것을 즐겼다. 그런 그의 앞에 말도 안되게 못난 '그녀'가 나타나 자신에게 마음이 흉측하다고 한다. 카일은 댄스파티에 초대하는 척 하고 진짜 파트너와 함께 나타나는 방법으로 웃음거리를 만들지만 이 일로 그날 밤 그는 마법에 걸리고 만다. 그리고 야수가 되었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을 찾아야 마법이 풀린다는 다소 진부한 설정이 함께한다.  

  부자 아빠. 하지만 세간의 눈에만 너무 집착하는 아빠. 카일의 아버지는 그런 남자였다. 그리고 이제까지 카일은 그런 아버지를 불평하지 않았다. 괴물이 되고 난 후 아버지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내눈엔 너무 심해보였다. 비밀리에 아들을 고쳐보려고 의사들을 만나고 다니지만 모두 헛수고로 돌아가자 집을 구해 그곳으로 보내버리는 아버지. 그의 곁에는 가정부만이 남았다. 총 5층짜리 집인 그곳은 이제 야수의 성이 되었다. 그리고 천천히 카일은 외로움과 어둠에 익숙한 아드리언으로 변해간다. 그런 그가 장미키우는 일과 린다를 맞이하는 데에 열정을 쏟아붓는 모습이 조금은 안쓰러워보인다. 

  누구나 아는 동화를 이렇게 다른 설정으로 다시 쓴 책을 별로 읽어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읽었다. 덕분에 오히려 눈에 보이는 그대로 느끼고 즐길 수 있었던것 같다. 단순한 문체와 주저없는 이야기의 흐름도 책을 지루하지 않고 끝까지 금새 읽을 수 있게 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영화까지 개봉된 환타지에 주목해서 무언가를 기대한다면 반대로 실망할지도 모른다. 전체적으로 보면 특별한것 하나 없이 모두 짐작할 수 있는 뻔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조금은 동화적인 감성과 주인공의 변화를 중심에 두고 읽는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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