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초삼걸 - 천하 최강의 참모진
쉬르훼이 외 지음, 장성철 옮김 / 지식노마드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너무 유명한데 비해 자세히는 알지 못하는것중의 하나가 중국역사이다. 워낙 땅이 넓은 나라인 탓인지 이름이 알려진 영웅들이 많아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귀에 흘러들어올 정도이지만 역시 관심을 같고 스스로 찾지 않으면 안다고 하기는 민망하다. 지금까지 쭉 그런 상태로 있어왔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봤을때 꼭 읽어야겠다고 작정을 했다. 사기를 읽고싶어도 어쩐지 어려울것만같아 쉽게 엄두를 낼 수 없었고 좋은책을 고르는것조차 만만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좀 더 세부적인 책을 보다보면 언젠가는 사기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힘이 될 것같았다. 

  나라가 어지러우면 전쟁이 많아지고 백성들의 생활이 비참해진다. 하지만 그때마다 항상 이름을 떨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어느나라이건 어느시대이건 변함이 없는 법칙이다. 그리고 이들의 활약상은 보는사람의 가슴까지 두근거리게 만들곤 한다. 그래서 후에 기록으로써 읽어내려갈때엔 역시나 난세일때의 것이 가장 재미있다. 한초삼걸의 주인공인 세 명의 걸출한 인재 장량, 소하, 한신 역시 진한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5년 사이에 천하를 호령하는 자가 세 번이나 바뀌었는데, 인류가 생긴 이래 이처럼 자주 천명을 받은 때는 일찍이 없었다. (p.45) 사기 진초지제월표서에 쓰인 이 문장이 당시의 혼란스러움을 짐작하게 해줄 수 있었다. 진나라의 횡포에 반기를 들고 일어선 진섭, 진을 멸하고 서초패왕이 된 항우, 한나라를 창건하고 황제가 된 유방의 숨가쁜 싸움의 시기이다.  

  400페이지가 훌쩍 넘는 두툼한 책에는 단순히 장량과 소하, 한신에 대한 이야기로 끝나지는 않는다. 이들을 중심으로 많은 사항을 조목조목 따지고 설명해준다. 세 사람의 서로 다른 출신과 성장 과정을 소개하는데 공통점이라면 모두 당시 풍족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장량은 2대에 걸쳐 군주를 섬기던 귀족가문이지만 성장할때엔 이미 나라와 집안이 기울어 망해가고 있었다. 소하 역시 집안형편이 아주 나쁘지는 않았지만 벼슬을 하지않고 조용히 주어진 일을 하며 시대의 흐름을 읽고있었다. 한신이 가장 불우했는데 그는 끼니를 잇는것도 힘들정도였다고 한다. 다른곳에서 다른 생활을 해온 이들이 이름을 떨치는 큰 인물이 될 수 있었던 시대의 흐름을 하,은,주 시대부터 거슬러 올라가 문헌들을 참고해가며 설명해주어 읽으면서도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이 과정에서 난세가 인재를 만든다는 흔히 들어온 말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역사책은 읽을 때 조심해야한다. 오래전의 시대일수록 남겨진 문헌이나 유물등이 적기때문에 정확한 사실여부를 아는것부터가 난관이다. 누구나 인정할만한 사실이 드러나도 후세에 내려지는 평가는 서로 어긋나기도 한다. 그런데 역사책을 읽으면 저자가 자신의 의견과 평가를 사실인듯 적어놓아 독자의 판단력에 영향을 미치곤한다. 때문에 항상 신경을 써서 읽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 책은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 공동저자로 되어있는 장따커, 쉬르훼이 두사람의 노력이 책을 읽는 내내 엿보였다. 최대한 개인의 일방적인 의견을 자제하고 역사학자로서 공정한 입장을 유지하려고 했다는 느낌을 주었다. 또한 문헌의 내용을 꼼꼼히 살피고 짐작해낸것을 사실인척 서술하지 않았고 이를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자신들이 최대한 의미를 살펴 알기 쉽게 설명했다. 덕분에 책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졌다.    

  방대하고 오랜 역사를 생각하면 책으로 읽은 부분은 아주 작은 조각일 뿐이다. 하지만 사료를 통해 논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이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누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만큼 세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해준 책 덕분에 읽고 나서 기분이 좋았다. 아끼는 책이 한권 늘어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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