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보면 아는 단어인데도 선뜻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은 철자나 맞춤법에 자신이 없을때이다. 마음 편히 쓰는 편지조차 사전을 찾거나 다른 어휘를 사용해 돌려서 표현하기도 했다. 저절로 우리말은 역시 어렵구나 실감하곤 한다. 그래서 한권이라도 더 우리말에 대한 책을 읽어두고 싶었다. 이 책을 알았을때도 이런 이유로 그냥 지나칠수가 없었다. 굳이 필살기라는 단어를 붙여 힘주지 않아도 방송에서 사용하는 말을 가져와 설명한다고 하니 재미있어보여 책을 찾는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사실 재미있는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우리말이 가벼운 유행을 따라 이상하게 변하는것은 싫었다. 급하게 생겨난 말은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듯 사용빈도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남아있거나 새롭게 생겨난 표현중에 눈에 거슬리는 말들을 보면 즐거움이 반감되었다. 종이 다른 생물의 팔다리를 갖다 붙여 이것도 저것도 아닌 괴생물체를 만들어낸것같은 표현은 방송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반면에 왜 저렇게 쓰는지 의문을 갖게 만드는 엉성한 글은 웹상에서 금새 찾을 수 있다. 언어가 시대를 반영하고 고정된것이 아니라는건 알지만 이런식으로 변해가는건 못마땅했다. 우리말 필살기는 현재의 우리말 사정을 충분히 반영한 책이다. 그래서 내가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표현에 대한 언급이 가끔 나오기도 하지만 너무 오래되고 고전적인 말에도 묶여있지 않다. 어원설명부터 시작하는 순서로 되어있지만 이것 역시 어디까지나 현재의 말을 잘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본문 시작전에 퀴즈부터 있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넓은 범위를 생각하고 이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고 있어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 되었다. 전혀 몰랐던 부분도 제법 있어서 많은 공부가 되었다. 기억에 남는것이 많았는데 외래어 표기법은 허를 찔린 기분으로 읽었다. 고등학생일때 일어문제중에 외래어를 제대로 표현한것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 일어선생님의 설명으로 표기방식이 따로 있음을 알았고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까지 우리말에도 외래어를 표기하는 방식이 있을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하고 있었다. 책의 후반에 이에 대한 내용이 나온것을 보고나서야 그냥 소리나는대로 쓰는게 아니구나 라고 여기게 됐다. 외래어라고 하면 한갈래 갈라져 떠오르는게 북한의 언어이다. 같은 우리말인데도 점점 다른나라 말처럼 느껴진다. 단어사용에서부터 억양까지 달라져간다. 이점도 내심 씁쓸했었는데 나라에서 정한 한글날도 다르단다. 남한은 훈민정음을 반포한날을, 북한은 이것이 만들어진 날을 기념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말에 대한 의미조차 서로 다르게 두고있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렇게 우리말의 원래 모습이나 바른 사용법에 그치지 않고 한글의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를 보는 방향으로 책은 끝을 맺고있다. 당연히 볼거리도 풍부하고 재미있다. 우리말에 대한 책을 전에도 조금 봤지만 없던 부분이다. 이 책도 아이나 어른 모두에게 참 좋아 주변에 권하고 싶어졌다.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