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

너의 이름
아케노 데루하 지음, 신주혜 옮김 / 작품 / 2010년 8월

  지금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단지 겉으로 보니는 외모뿐이 아니라 사회적 위치, 성격, 인간관계등을 모두 통틀어 보았을때의 이야기다. 자신은 어떻다라고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을지 몰라도 어느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스스로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익명성이 있는 웹상에서 더욱 자신을 잘 포장하고 연기한다.  

  이런것을 떠올린다면 <너의 이름>에 등장하는 두 여자 도코와 히사에가 자신의 모습을 그저 연기한 것뿐이라는 사실을 알아도 그리 놀랍지는 않다. 그렇다, 그 사실 자체는 괜찮다. 누구라도 어떤 이유에서건 완전한 자신을 드러내며 살고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기하고 있는 모습이 원하던 캐릭터에 완벽할수록 자신을 숨기고 있는 사람의 마음이 위태롭고 어두울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해두어야 한다. 이제껏 숨겨져왔던 내면이 어떻게 폭발해버릴 수 있는지 작가는 차근차근 풀어낸다. 

  젊은 나이에 회사를 경영하는 커리어우먼에 예쁜 외모를 갖춘 도코는 언뜻보면 일 잘하고 성격도 좋은 빛나는 사람이지만 성공을 위해 철저히 계산된대로 움직인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도 거리낌이 없다. 그런 그녀를 동경하는 또 다른 여자 히사에. 한 집에 살지만 가정부 역할을 자처하며 도코의 성질을 모두 받아낸다. 그런데도 자신은 예쁘지도 않고 소심한 성격인데다 경제적 능력도 없어 도코에게 얹혀있으니 당연하다고 여긴다. 너무 다른 두 자매의 모습이 나온다. 

  성공을 위해, 좋아하는 도코를 위해 연기를 계속해온 두사람의 관계는 도코가 사랑에 빠지면서 깨지고 그때부터 두 여자의 날카로운 광기가 드러난다. 이 내용이 사람을 스르륵 빨아들이지만 결코 유쾌하지는 않다. 이제껏 억눌렸던 속마음이 날뛰는 부분이다. 표지며 가장자리를 모두 검은색으로 처리해 그 자체로 암울한 책은 마치 두 여자의 이런 부분을 그대로 흡수해버린것만 같다. 그렇게 두 여자의 대결이 독자를 휘어잡는다. 

  책을 무척 깨끗하게 보는 성격인 내게 검은색 일색인 이 책은 부담스럽긴 했다. 읽다보면 지문이 생겨버릴테니 말이다. 하지만 조금은 이해하고 압도되어 눈을 빼앗기면서도 무섭기도 한 도코와 히사에의 이야기도 검은색 일색인 책의 외관 못지않았다. 하지만 한 발 물러서 가벼운 마음으로 본다면 한마디로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