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의 구제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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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애정, 그건 어떻게 되었는데?
그거야 변함없지. 그건 단언할 수 있어. 당신을 좋아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어.
요시타카의 대답에 아야네는 화장대 서랍에 숨겨둔 하얀 가루를 떠올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말한다.
난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그런데 지금 당신이 한 말은 내 마음을 죽였어. 그러니까 당신도 죽어 줘야겠어. 

  아이를 갖는 문제로 의견충돌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좋아한다는데 아야네는 살인을 결심했다. 속단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남편을 죽일정도의 일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됐다. 독자가 이런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살인은 실행되었고 요시타카는 신속하게(?) 죽었다. 그것도 아내가 친정으로 간 날 내연녀를 집으로 불러들인 추태를 보인 다음에. 그는 혼자남은 휴일날 커피향과 함께 시체가 되어 발견되었다. 아내의 제자이기도 했던 내연녀에 의해서. 상황과 입장이 어색해서 그들의 불륜은 금새 경찰에 파악되었다. 부랴부랴 친정에서 돌아온 아내 아야네와 내연녀 히로미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슬픔에 젖은 갸녀린 모습과 자신을 추스르며 할일을 지속하려는 안쓰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책은 애초에 범인이 아야네임을 알려주었다. 때문에 누가 범인인가를 찾는 경찰보다는 한결 수월하지만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했다. 이는 수사관도 마찬가지여서 따라가면 되었지만 만만하지 않았다. 요시타카가 죽기전 마지막으로 그리고 단독으로 접촉한 사람은 히로미이다. 가장 먼저 의심의 눈초리를 향하게 되는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녀는 불륜상대인데다 임신중인 아이의 아빠이다. 범행동기가 없다. 아내인 아야네는 남편의 사망일보다 이틀가량 일찍 집을 비워 사인이 된 독을 먹이게 할 정황이 없었다. 아야네의 목숨을 체념한듯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첫눈에 감지하고 보호하려는 구사나기형사와 히로미는 범인이 아님을 일찍 알아보고 오히려 아야네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여형사 가오루, 더이상 수사에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음에도 호기심에 끌려버린 물리학교수 유가와. 이 세사람의 조사방향을 모두 쫓아가며 살인방법을 고민하는것이 재미있었다. 

  작은 것 하나로 범인은 체포되었지만 정말 마지막까지 범행을 입증할 증거가 없어 완전범죄가 될 판이었다. 그만큼 이번엔 유가와도 고전을 했다. 결국 모든것이 밝혀졌고 유가와는 여자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같은 여자인 탓인지 그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슬프기는 했다. 성녀라는 단어도, 구제라는 단어도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 이 제목은 모순덩어리이다. 하지만 이런 제목이 쓰여진 상황은 답답하고 안쓰러웠다. 집착이 심해 웃기지도 않는 짓을 반복해온 남자와 사랑이라는 감정때문에 저런 남자를 깔끔하게 잘라내지 못한 여자들이 그려낸 일그러진 그림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워낙 많이 소개되어 오랜만이라는 느낌은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유가와 교수를 좋아해서 그를 다시 볼 수 있는 이 작품은 꼭 읽고 싶었다. 역시 단편보다는 장편이 더욱 재미있어 즐거웠다. 그저 다음에 유가와를 만날 이야기는 뒷맛이 씁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다. <용의자 X의 헌신>도 그랬고 이 작품도 마찬가지로 마음아프게 끝을 맺는다. 살인사건에 관여하면서 해피엔딩을 기대하는건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렇게 쓰고 쓸쓸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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