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
윌리엄 캄쾀바, 브라이언 밀러 지음, 김흥숙 옮김 / 서해문집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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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작 열 네살밖에 안된 소년이 쓰레기장을 뒤져서 찾아낸 것들로 풍차를 만들어 세웠다. 한손에 쥐어지는 아담한 장난감이 아니다. 저 멀리서도 훤히 보이는데다 전기생산을 목적으로 세워진 훌륭한 풍차이다. 그 목적을 이룬 소년은 해가지면 아무것도 하지못하고 잠을 자야하는 어둠을 몰아낼 수 있었다. 온 동네사람들과 부모에게까지도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공부하고 실험하고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꿈을 향해 묵묵히 걸어갔다. 그 결과는 가족의 생활뿐만 아니라 윌리엄 자신의 삶까지도 바꾸어놓았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무척 신기하고 대견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놀라운 것이 있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윌리엄이 풍차를 세워 전기를 만들어내겠다고 생각하고 실처해낸일이 불과 몇년전의 일이다. 이천년이 지난때에 지구의 어느 한쪽 땅에서는 아직도 제대로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배터리를 사용한 라디오를 듣는것이 고작이었던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 대부분이 농사를 지으며 나라의 정책에 따라 살림이 나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했다. 모기장이 없어 매년 말라리아로 고생을 하고 의술이나 과학보다 마법을 더 믿는다. 어디선가는 힘들게 사는 사람이 있다는것을 알고있다. 하지만 아는것과 마주하는것은 달랐다. 시간이 몇십년은 어긋나있는듯했다. 

  동화책이나 소설속의 세상처럼 현실같지 않은 곳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풍차소년의 부족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와 가족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윌리엄의 어릴적 이야기로 그가 사는곳의 풍습도 자연스럽게 알게됐다. 조금 지나니 열악한 환경과 나라사정이 드러났다. 전기를 설치하려면 신청자가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한다는것도 당황스러웠고 그나마도 마음껏 쓸 수 있는것도 아니어서 집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는 사람이 없음을 알았다. 잠시 라디오에 흥미를 갖고 분해하고 설치하는 과정이 나오긴 했지만 다시 일생생활의 풍경으로 돌아갔다. 풍차이야기는 언제나올까 사실은 내심 조바심이 났다. 

  하지만 오랜시간 불만을 갖고있을수는 없게 됐다. 우기에 제대로 비가 오지도 않고 그나마도 늦어지면서 농작물이 모두 망해버린것이다. 일년치농사가 시작부터 부실해 모두가 어려움을 겪었다. 망해버린 해와 새로운 농작물이 자라 먹을 수 있게되기까지의 오랜시간 캠페인광고에서나 볼것같았던 일이 진짜 일어나고 있었다. 저축해놓은 돈도 바닥이 나버리고 어딜가나 먹을것이 없어 일을 하고 품삯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넘쳐흐르고 잘 먹지 못해 몸이 약해져가다 죽기도 하는 그런 일들 말이다. 학비도 없어 학교도 가지 못했던 윌리엄은 이런 현실속에서 더더욱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풍차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단순히 전기가 없으니까 만들어내고 싶었던것이 아니다. 순수한 호기심과 지적 갈망도 있었지만 전기를 통해 하고싶은 일이 윌리엄에게는 있었다. 밤에도 밝은 빛 아래에서 있고싶었고 비싼돈을 내고 충전해야하는 전화도 쉽게 충전한다. 지하에서 깨끗한 물을 끌어올려 생활과 농사에 도움을 주고싶었다. 그렇게되면 농작물의 수확시기를 단축시킬 수 있고 창고가 비는 일도 없을것이었다. 이런 꿈으로 그는 풍차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의 노력과 재능을 알아본 사람들 덕분에 지금 나도 책을 통해 그를 알게됐다.  

  처음엔 그저 황량한 아프리카의 오지마을에 풍차를 세워 전기를 만들어낸 한 소년의 대단한 이야기를 알고싶은것 뿐이었지만 책 한권을 읽고나니 꿈을 갖고 이뤄나가는 열 네살 소년의 빛나는 성장기록이었다. 아프리카가 변해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가 만들었다는 풍차가 사랑스럽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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