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훈련소 - 간단하고 쉽게 글 잘 쓰는 전략
임정섭 지음 / 경향미디어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잊혀지지가 않아. 이 기분이 가라앉기전에 어서 글로 남겨야지.' 이런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다면 축복이다. '아, 신나게 읽긴 했는데 이젠 어쩌지?' 라면 지극히 인간적이다. '읽은게 용하다. 더이상은 무리다.' 이는 저주다. 그런데 축복을 받는것보다 저주에 걸리는게 더 어렵다. 질질 끌려가듯 억지로 읽은 책은 처음부터 자신과는 맞지 않는 옷이다. 바로 벗어버려야한다. 대부분 입기도 전에 알아차린다. 하지만 시간을 빼앗아가는 책은 누구나 만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강요하지 않아도 감상을 말한다. 달랑 '좋았다' 한마디 뿐일지라도. 

  글로 남겨야 할때면 좋았다는 말로 끝낼 수는 없다. 마음을 열고싶은 상대와 대화하려면 그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아 세부적인 질문을 던지면 된다. 요리를 좋아한다면 언제부터 요리를 했는지, 가장 잘 하는 메뉴는 무엇인지, 자신의 실수담을 곁들어 좀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 물어보는것이 좋다. 글도 이와 같다. 무엇이 좋았는지 자세히 잡히지 않다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따져보면 된다. 표지디자인은? 책 가격은? 종이 재질과 글씨체나 크기는? 작가의 이력은? 마음에 드는 구절은? 등장인물에 대한 소감은? 책과 관련된 다른 컨텐츠 상품이나 사회이슈는? 읽기 전과 후의 마음의 변화는? 각각의 답변이 글을 쓰기 위한 재료가 된다.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다른 이에게도 금새 흥미를 불러일으킬 재료를 중심으로 잡아야 한다. 

  매주 글을 쓰면서도 매번 고민을 하고 후다닥 끄적거렸다. 시간이 갈수록 싫증이 났다. 그냥 느낀대로 쓰면 됩니다 라고는 하지만 어쩐지 사기성 멘트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글에 대해 교육을 받은건 초등학교 6학년때 논설문에 대한 것 뿐이었다. 이때의 경험으로 글은 목적에 따라 종류가 나뉘고 쓰는 방식도 제각각 있음을 알았다. 이것으로 끝이었다. 이후 글을 써야 할 때가 생겨도 무엇에 중심을 두고 어떤 방식으로 써야하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써오라고 하니 쓰지만 형편없는 글이라는 사실 외에는 아는게 없었다. 작가는 사람들이 겪은 이와같은 악조건을 무척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의 글쓰기를 지도하면서 더 나은 글을 쓰고싶어하는 평범한 사람을 위한 책을 냈다. 이 책이 빛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책은 글에 대한 부담부터 덜어준다. 그리고 차근차근 글의 재료를 찾는법과 글의 구성방식, 목적과 종류에 따라 글의 방향을 정하고 재료의 우선순위를 매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문장이나 문법의 오류와 같이 유의해야 할 사항을 짚어준다. 여러방식의 글쓰기에서도 모두 적용되는 주의사항은 쉽고 간략하게, 재미있게 쓰는 것이라고 했다. 일기를 제외한 모든글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게스트의 썰렁한 언행에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라며 씁쓸해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곤 하던 개그맨출신 진행자 강호동이 떠올랐다. 보는이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개그맨은 독자를 배려하며 글을 써야하는 작가와 닮았음을 깨달았다. 

  글에 대해 깔끔하고 체계적인 개념을 세울 수 있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읽는 동안 자신이 가진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 소개된 책이 많아 위시리스트의 목록이 더 늘었다는 부작용이 있기는 하다. 안그래도 빈약한 지갑이 아사의 위험에 빠질 지경이다. 하지만 읽을 수 있어 다행이다 라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글쓰기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가장 잘 다룬 책이다. 오랜만에 주변에도 권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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