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비

리틀 비 ㅣ Young Author Series 2
크리스 클리브 지음, 오수원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10월

  자신의 본명도 사용할 수 없어 리틀 비라고 이름을 지은 나이지리아 소녀가 있다. 소녀는 첫만남에서부터 자신의 상념을 털어놓았다.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 여자아이가 아니라 1파운드짜리 영국 동전이라면 좋겠다고 말이다. 난민수용소에 갇힌 입장임을 생각하면 현재의 자신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 혹은 다른 물건이 되고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이 달랑 1파운드짜리 동전이다. 더욱이 동전이 된 자신을 너무도 진지하게 상상하는 모습에 조금 어이없기도 했다. 하필이면 동전일까 하는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이왕에 돈이 될거라면 값이 나가는 지폐나 수표도 좋을 것이다. 굳이 돈이 아니어도 귀한 대접을 받고 보호받으며 사랑받는 물건도 많다. 물론 상상이니까 사람이면 더욱 좋을 것이고 더욱더 욕심을 낸다면 요정이나 신이어도 좋을것이다. 하지만 리틀 비라는 소녀는 동전이길 원했다. 가장 바라는 것이 보호도 사랑도 아니라 바로 자유였기 때문이다. 걱정없이 원하는대로 어디든 흘러갈 수 있는 자유. 

  잡지의 편집장이자 칼럼리스트의 아내이고 배트맨의 엄마인 새라는 자신의 조급했던 선택으로 인해 결혼생활에서 그리 오랜시간동안 행복을 느끼지 못했다. 결국 다른 사람에게 끌리고 그와 사귀고 말지만 아들과 남편을 버릴 수 없었던 그녀는 남편과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나이지리아의 해변으로 휴가를 갔다. 그리고 그 해변에서 호텔로 돌아가라고 소리치는 수비대원들과 손을 꼭 잡은채 데려가 달라고 애원하는 나이지리아 남매 그리고 그녀들을 죽이러 쫓아온 남자들을 한꺼번에 마주하게 됐다. 그날의 그 만남이 새라와 그녀의 남편 앤드류를 온통 뒤흔들고 말았다. 순식간에 사람을 죽인 남자들에게서 온전히 맞서지도 못하고 모른척 돌아서지도 못했던 두 사람은 이날의 짐을 마음에 얹은 채 살게 됐다. 

  석유회사가 저지른 만행을 목격한 이유로 목숨의 위협을 받고있던 리틀 비는 결국 가족을 잃고 도망쳐 영국의 난민수용소에서 2년동안 갇혀있게 됐다.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문이나 방송등을 통해 영국 여왕의 영어를 필사적으로 익혔고 난민수용소에서 풀려나던날 해변에서 만난 부부를 찾아가지만 합법적인 절차를 통하지 않았기때문에 여전히 불안해하고 여차할 경우 행할 수 있는 자살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했다. 새라는 우울증이 심했던 남편의 자살을 경험하지만 그와 동시에 찾아온 죽은 줄 알았던 나이지리아 소녀를 만나 혼란에 빠진다. 그날 이후 2년간 자신과 남편의 마음을 무겁게 짖누르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알고있던 새라는 리틀 비를 도와주기로 결심한다. 

  너무 다른 환경에서 다른 문제를 안고있던 두 사람이 만나 얽히면서 자연스럽게 공통점과 차이점이 나뉘고 그 경계에서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안에서는 나 하나 끼어들어도 무리가 없을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들이 진심으로 한 가족이 되기를 바랐다. 그저 살아있을 수 있기를, 자신을 죽이러 올 사람을 겁내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리틀 비가 자기 한 사람이, 혼자서 무리라면 여러사람과 그들의 이야기가 모여 힘을 갖고 세상을 바꾸어 갈 수 있기를 바라는 새라를 만나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은 애정을 갖게 했다. 때문에 어중간한 결말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까만 소녀 비가 하얀 소년 찰리의 미소에서 평온과 행복을 느겼다고는 해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임을 떠올렸을때 나는 좀 더 확실하고 안정적인 비의 마지막을 확인하고 싶었다.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이것이다. 

  생각보다 차분하고 똑똑한 소녀인 리틀 비와 당차보이지만 잘못된 선택도 하고 괴로움을 겪기도 하는 커리어우먼 새라의 모습을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다. 니콜 키드먼이 주연을 맡았다고 하니 어느정도 그녀의 이미지를 새라의 옷으로 갈아입혀 상상할 수 있었다. 소설이 리틀 비와 새라라는 두 화자의 시점으로 교차되면서 서술되고 있어 그들의 마음을 여과없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를 영화에서 잘 드러낼지 조금은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기대하면서 기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