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딸
마크 탭 외 지음, 김성웅 옮김 / 포이에마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뒤바뀐 딸이라는 제목을 처음봤을때는 어느 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신생아가 바뀌었다 라는 뜻인줄 알았다. 표지속의 손이 신생아치고는 크구나 하는 생각도 하기는 했지만 그래봐야 완전히 얼굴이 다 나오지 않은 어린아이정도라고 여겼다. 그리고는 차분히 책의 소개글을 읽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뒤바뀐 딸들의 나이는 20대의 아가씨로 이미 다 큰 어른이다. 이미 가족들과 20년을 얼굴을 보고 살아왔고 그녀들에겐 사랑하는 남자친구도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뒤바뀔 수 있을까. 가족들도, 남자친구와 친구들마저도 뒤바뀐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니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 말도 안되는 일이 실화라는게 더욱 경악할 일일 뿐이다. 

    새벽에 검시관에게서 걸려온 전화로 잠이 깬 콜린 세락은 죽은 딸 휘트니가 사실은 죽지 않고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말을 전해듣는다. 이미 5주전에 장례식을 치른 딸이다. 휘트니가 천국에서 잘 지낼것이라는 위안 하나로 견디며 묻은 딸이었다. 그런데 살아있을 수도 있다니 충격을 받는게 당연했다. 당황하는 콜린과 흥분하며 화를 내는 칼리의 모습을 안쓰럽게 지켜보면서 그들이 얼마나 슬퍼했을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검시관의 요청대로 휘트니의 치아 기록을 가지고 병원으로 향하는 모녀와 그 소식을 듣고 안절부절 못하는 아빠 뉴웰의 모습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세락 가족에게 급작스럽지만 잡기에도 무서운 희망이 생긴대신 다른 한 쪽에서는 그 희망이 무너져내린 가족이 있었다. 휘트니를 자신의 딸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곁에 붙어 간호를 해온 린 가족이다. 그들은 다리와 팔꿈치 쇄골뼈까지 부러지고 뇌손상을 입은 중환자실의 아이가 로라라고 연락을 받고 병원을 찾았다. 사고현장에서 15미터나 튕겨져 나왔음에도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로라가 큰 탈 없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기를 빌고 또 빌었다. 로라가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징조를 보이는것이 그들에겐 새로운 힘이 되었다. 그런데 이 아이가 로라가 아님을 알게된 것이다. 

  내게도 가족의 장례를 치른 경험은 있다. 그래서 세락 가족이 휘트니를 그리워하며 슬퍼하는 마음을 알고 있었다. 같거나 비슷한 경험을 하면 사심없이 동화될 수 있다. 나 역시 그랬기때문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책을 읽어나갔다. 성경을 읽고 기도에 의지하는 모습, 주변사람들의 따뜻한 위로와 도움, 로라의 나아지는 모습에서 기쁨을 느끼는 린 가족이 있어 슬픔의 구덩이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 로라가 실은 휘트니이고 땅에 묻힌 휘트니가 로라였다는 것은 보는사람에게도 충격적인 사실이다. 때문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뇌기능을 원래대로 돌리기 위해 시작한 언어치료에서 자신의 이름을 휘트니라고 쓰고 급기야 돈 린에게 '가짜 부모' 라고 말했을때는 가슴이 쿵 내려앉는듯 놀라고 말았다.  

  두 사람의 연령과 이목구비의 생김새, 체형과 머리카락의 색까지 똑같아 5주간이나 모두가 착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외적조건이 비슷한데다 뇌압측정을 위해 머리도 밀고 다쳐서 여기저기 주사바늘과 관이 연결되고 붕대로 감기고 하면 잘못 알 수도 있겠구나 이해하면서도 여전히 온전하게는 납득하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눈앞의 딸이 이미 죽었음을 알게 된 린 가족이 너무 가여웠다. 세락 가족과 린 가족의 깊은 신앙심과 이를 바탕으로 서로 이해하고 극복해가는 모습은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안쓰러웠다.  

  종교가 없는 내게는 놀랍기도 한 모습이다. 이들은 두 딸이 바뀐 이 일을 세상에 내보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이를 통해 하나님이 어떻게 두 가정을 은혜로 붙들어주셨는지를 전하고 싶어 책을 냈다고 했다. 실제로 그들의 기도하는 모습과 성경구절도 자주 소개되고 언급되어있다. 생활이 기도와 믿음인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종교가 없는 내게는 종교적인 면보다는 가족을 잃고 이겨내는 그 자체가 더욱 중요했다. 전하고자 한것과는 다른것을 붙잡고 봐서 조금 미안하지만 다른 시점에서 보아도 인상적이고 좋은책임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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