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관심이지만 지켜보고 싶은 사람.

오바마 이야기 - 열등감을 희망으로 바꾼, 세계 청소년의 롤모델 오바마의 도전하는 삶 ㅣ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2
헤더 레어 와그너 지음, 유수경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10월

  미국 최초의 흑인대통령으로 온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오바마의 열풍은 쏟아지는 책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에게 관심이 없었던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한낱 유행에 휩쓸리다 말것같은 느낌이 싫어서 이 책을 받고도 한동안 읽지 않았다. 햇빛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있는 모습이 좋아서 책꽂이에 액자처럼 세워놓고는 매일 쳐다보는것으로 대신했다. 잠잠해진 느낌이 드는 이제서야 책을 펼쳐볼 마음이 생겼다. 엄청난 뒷북같은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자서전이나 그와같은 책을 자주 읽는편은 못된다. 더욱이 나이가 젊거나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꺼린다. 자신이나 누군가의 인생이 독자에게 깨달음을 주고 무언가를 생각하게 해서 뒤를 돌아보고 앞으로 갈 길을 정하는데 도움을 주는데 충분하다고 여기지 않기때문이다. 책의 주인공조차 아직 삶을 충분히 살았다고 할 수 없다면 그가 주는 메세지는 반쪽짜리밖에 안되지 않을까 하는 제법 완고한 생각탓이다. 덕분에 이 책에도 큰 기대같은것은 애초부터 없었다. 그저 최초의 미국 흑인대통령에 대한 아주 작은 관심뿐이다. 

  미국이라는 곳이 모든 인종이 몰려 다 같이 사는 땅이라는것은 알지만 그 자그만 축소판같은 것이 오바마의 가족같은 기분이 들었다. 케냐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순수한 백인혈통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바마는 아버지가 네명의 아내를 둔 덕분에 이복형제도 많았다. 또한 친어머니 역시 아시아인과 재혼을 해서 여동생을 낳았다. 그들은 피부색이 모두 다르지만 피를 나누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았다. 그런 가족환경과 주위환경을 통해 오바마가 겪은 일과 고민이 그를 위인이라기보다 단 한 사람으로 보고 마음을 열어주게 했다.  

  그는 '오바마 패밀리', '오바마 마니아' 라고 불리는 든든한 지지층을 형성하면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그들은 젊은계층의 사람들이 많았고 그의 선거자금에는 200달러 이하의 소액기부금도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것은 빈민층이나 소외당한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살기좋은 곳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진심이 전해지면서 그들이 꿈과 희망을 다시 걸어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타인에게 꿈을 꾸게하려면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하지만 오바마는 해냈고 그 결과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의 진정한 가치는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아니라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책이 그렇게 말했고 오바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는 믿기로했다.  

  그에 대해 전혀 몰랐던때에도 대통령이 되어 유행처럼 그의 이름이 구석구석 퍼져나갈때에도 여전히 관심이 없었던 어제까지는 책으로 그의 인생을 확인한 죽은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책을통해 그 이름과 인생을 알고 마음이 움직인 지금은 언제나 볼 수 있는 함께 살아있는 사람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지지와 믿음도 자칫하면 허무할만큼 금새 허물어질 수 있다는것을 항상 염두해둘 수 있는 현명한 대통령으로 끝까지 있어주길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