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타임스 - 21세기 코믹 잔혹 일러스트판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하나자와 겐고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표지속에서 한 줄로 서있는 사람들중 검은 머리와 귀 한쪽만 보이는 앞에서 두번째 사람이 주인공인 와타나베 타쿠미다. 그는 지극히 평범하고 성격도 내세울곳이 없는 사람이다. 오히려 소심하기까지 해서 항상 아내의 눈치를 보고 사는 형편이다. 직업은 엔지니어라서 언제나 컴퓨터앞에서 살고 직업상 밤샘도 밥먹듯 하는 눈치였다. 최근에 보았던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한 타쿠미라는 남자는 심하게 멋있었는데 이번에 만나는 타쿠미는 너무 다르다. 외모에서 성격까지 모두. 

  주인공 와타나베는 책의 시작부터 용기타령을 한다. 더 정확히는 타인에게서 용기가 있는지를 줄기차게 듣는다. 아직 어릴적의 와타나베는 용기를 친정에 두고왔다고 헛소리를 했음을 상기했다. 그리고 반듯한 사회인이 된 지금 자신의 집에 들어와 자신을 제압하고 고문하려는 남자가 또다시 묻고있다. 용기는 있느냐고. 이번만큼은 차마 친정에 두고왔다는 말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소심하고 평범한 와타나베는 이후로 용기라는 단어를 심심찮게 듣게되는 사건으로 휘말리고 만다. 

  일을 끝내지도 않은채 갑자기 사라진 선배 고탄다때문에 와타나베는 후배 오이시와 함께 하던일에서 빠져 선배의 자리를 메우게된다. 일 자체는 그리 어려울게 없는 일이어서 선배의 일이 신경쓰이지만 곧 오류가 있어 일에 진척이 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발주처와의 연락도 원활하지가 않아 와타나베는 선배가 남기고간 흔적들을 하나 하나 쫓는다. 고탄다의 행적을 따라갈수록 위험에 다가가고 있음을 느끼는 와타나베는 주변사람들의 이변으로 겁을먹은 한편 우연히도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을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몇 단어를 검색한 사람들이 해를 입고 그 피해가 자신의 주변사람들에게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와타나베는 과거의 어느 사건과 정체모를 회사, 국민영웅으로 떠오른 정치인의 관계를 알아내고자 한다. 자신의 권유로 검색을 했다가 고문을 당하는 수염난 남자, 집단 성폭행의 주범으로 떠오른 온순한 성격의 후배 오이시, 여자에게 칼을 맞고 죽어가는 친구이자 작가인 이사카 코타로(한자는 다르다고 한다) 등의 조언과 의견을 참고하며 조사하는 와타나베를 보는 나도 내심 조마조마했다.  

  분량이 제법 많은 장편소설인만큼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짜임새있게 잘 보여주었다. 하지만 전개가 느려 질질 끄는 부분은 없었다. 느닷없는 비보나 갑자기 괴한에게 잡혀 고문당할뻔한 장면이 초반부터 불쑥 나타나는 탓인지 몰라도 정말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다. 심상치않은 사건에 비해 주인공이 너무 평범해서 어쩌려고 이러나 했었지만 후반에 들어서는 더욱 재미있었다. 그에비하면 결말이 조금은 허무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이 책은 골든  슬럼버를 쓰면서 함께 쓰여졌다고 한다. 그래서 두 작품은 유사한 부분이 많다고 하는데 사실 난 골든 슬럼버를 아직 못읽어봤기때문에 고스란히 이 책에만 집중하고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 있는것이 저책엔 없고, 이책에 없는것이 저 책에는 있다고 하니 늦게라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작가의 의견을 참고삼아 두 작품사이의 차이점이나 공통점을 찾으며 읽는것도 재미있는 독서방법이니 말이다. 

  중간중간 그리 아름답지 못한 그림이 그려져있어 만화책같은 느낌이 들었던게 첫인상이었다. 그런데 다 읽고나니 만화책보다는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재미있을듯하다. 거의 반전과도 같은 능력을 가진 등장인물도 있어 분명 보는 눈도 즐거울 것이다. 이런 방대한 내용과 심상치않은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책은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차분히 생각할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국가라는 거대한 생물체를 위해 모두가 시스템대로 움직이는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것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나 자신은 아직 답을 내지 못했지만 와타나베의 답도 나빠보이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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