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 In the Blue 1
백승선.변혜정 지음 / 쉼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여행길에선 나도 모르게 너그러워진다. 평소에는 입술을 앙다물고 무표정하게 살다가도,
누군가 내 영역에 침범이라도 할까 눈을 치켜뜨고 독기를 품고 살다가도,
길을 나서면 만나는 이들에게 미소를 짓게 된다. 아니, 그들의 미소에 점염된다.
처음보는 사람들, 다시 만날일 없을 것같은 사람들과 눈을 마주친다.
자연스럽게 중얼거리게 되는 말들.
Hello, Thank you, I'm sorry, Excuse me.....
이방의 사람들 앞에서나는 무장해제된다. 부드러워진다.
경계심을 허물어뜨리는 그들의 선량한 얼굴 앞에서 그만 마음이 노글노글해진다.
낯선 그와, 낯선 그녀와 미소를 주고받는다.
 

  최대한 줄여냈다는 감각적인 글 중에서 유독 마음에 와닿는 글이었다. 화려한 미사여구가 없어도, 모르는 길을 찾아가길 꺼리는 나같은 겁쟁이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 마음에 들었다. 여행이 주는 즐거움은 바로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모르는 사람도, 모르는 장소도, 어디서나 보는 해와 나무도 순수하게 바라보고 마음에 담을 수 있다는 것. 한없이 느긋한 시선과 발걸음을 느낄 수 있는 책, 행복이 번지는 곳, 크라이티아이다. 

  나는 크로아티아라는 이 명사가 낯설다. 한번도 관심을 기울여본 적이 없다. 유럽 아드리아해 동부해안에 위치한 크로아티아는 1945년 이래 유고슬라비아연방의 공화국이었다가 1991년 6월 독립하였다. 조금 찾아보니 이곳은 경치만큼 쭉 아름답게 살아오지는 못했음을 알게됐다. 전쟁이 꾸준히 있어왔다가 1994년 3월에야 휴전이 되었다고 한다. 어딘지 기분이 씁쓸하다. 우리도 휴전국중 하나여서 그런지...... 한편으론 그래도 가꾸고 모여서 살아가는 그곳에 좀 더 관심이 갔다. 

  책은 최대한 사진을 많이 넣고 글을 줄였다고 했다. 정말 하나의 앨범같다. 빈공간 없이 온통 사진뿐인 페이지도 제법 많다. 지은이의 감상 조금과 기본적인 관광정보 약간. 그리고는 모두 사진이다. 모두 네 곳을 다니면서 소개하는데 탐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지금도 눈앞에서 사진이 어른거리는 것만 같다. 크로아티아의 모든것을 내보이기에는 충분해보였다. 아주 환한 햇빛아래 평화롭고 나른해보이는 성벽과 집들이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유럽인들이 죽기 전 꼭 한번은 봐야할 비경으로 손꼽는다는 국립공원 플리트비체라는 숲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있다고 한다. 이런 거창한 소개가 아니어도 사진만으로도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은빛의 실이 아무렇게나 풀어헤쳐진듯한 폭포와 물고기가 훤히 비치는 신기한 물빛, 푸른 나무들과 공원 사이를 가로질러 나있는 나무다리는 사람사는 세상이 아닌것만 같았다. 속되고 촌스러운 말로 정말 환장할것만 같았다. 사진이 이런데 직접보면 어떨지... 아찔해진다. 

  무척 오랜만에 눈돌린 해외의 여행에세이였고 정신이 혼미할만큼 멋진 풍경을 많이 보았다. 글이 별로 없어도 지은이가 크로아티아에 애정이 많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왜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것도 같다. 밝고 맑은 햇빛을 좋아하는 내게 온통 눈부신 빛이 가득했던 크로아티아는 거의 환상의 세계로 다가왔다. 바람난 장소가 하나 더 생겨 큰일이다. 열심히 책이라도 보아두었다가 언제고 꼭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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