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몽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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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도한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를 아시는지 모르겠다. 강력계 형사들 사이에서 탐정 갈릴레오로 불리며 사건의 트릭을 밝혀내거나 미심쩍은 부분을 논리적으로 풀어내어 사건종결에 큰 도움을 주는 인물이다. 그런 그의 활약은 역시 장편인 용의자 X의 헌신에서 천재 수학자이자 대학동기인 이시가미를 상대로 두뇌싸움을 펼칠때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예지몽에서도 그의 능력이 어김없이 발휘됐다. 탐정 갈릴레오가 형사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건상의 구멍을 과학적으로 메워주는 내용이었다면 이번에 나온 예지몽에서는 심령과 관련되어 보이는 일을 과학적으로 풀어낼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경찰의 입장에서는 운명이라거나 귀신이라는 말이 나오면 난감할 것이다. 이를 마음대로 부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길이 없지 않느냐며 인정하기에도 곤란하다. 남의 집에 한밤중에 몰래 들어갔다가 발각되어 도망가던중 사람을 차로 치어 잡힌 청년. 어릴때부터 자신의 운명인 소녀의 이름을 되뇌이며 자랐고 이제 그 상대가 아름다운 모습의 여고생으로 자신앞에 나타났다. 그 여고생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그녀의 꿈을 꾸고 자신의 신부가 될거라며 주변에 말하고 다닌 그 청년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런 어이없는 일이 없지는 않을것이다. 물론, 이어지는 이야기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는 마찬가지이다.  

  목숨이 끊어지던 시간에 영혼이 되어 애인의 앞에 나타나는 사건이나 죽은 피해자의 딸이 도깨비불을 봤다고 하는 내용도 있다. 폴터가이스트 현상으로 보이는 사건도 등장하고 예지몽을 꾸는 소녀의 이야기도 나온다. 이전까지는 구사나기가 툭하면 유가와를 찾는것처럼 보였는데 이번엔 그를 찾아가는 형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라고 해도 찾아갔을 것이다. 또 하나의 변화라고 한다면, 너무 도도하고 인간미가 별로 없어보여 그의 능력까지 괜히 인정하기 싫었던 이전과는 달리 특유의 냉정함과 논리적인 사고로 변함없이 사건해결에 실마리를 주는 모습에 감탄했다. 이런 그의 활약이 없었다면 '꿈속에 나타난 운명의 상대를 찾아 주거침입을 하다 발각돼 도망치던 도중 교통사고를 냄' 이라거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여자를 찾아가 설득하려다 홧김에 죽여 흔적을 지우고 도주했으나 피해자의 영혼이 나타나 살인을 알림' 과 같은 믿지못할 사건개요를 적어야 했을 것이다.   

  유가와의 활약이 빛날수록 덩달아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초자연적인 현상을 잘 믿지 않는 논리적이고 냉정한 성격인 모양이라고 느꼈다. 이전 작품 중 편지라는 책을 보면서 조금 차갑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비슷하게 느끼면서 역시였나 하고 여기던 참이다. 하지만 독선적이지는 않는 것 같다. 마지막 예지몽에서는 틈을 남겨놓았다. 아직 과학으로도 다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일을 그렇게 모두 부정하는것은 옳지 못하다는 반론의 여지탓인지 아니면 그러한 현상을 믿거나 혹은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뜻인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그저 작품을 위한것인지도. 

  어쨌거나 이번에도 유가와는 멋지게, 자신답게 모두 해냈다. 이런사람 정말 있을까 싶지만 어느새 그만의 매력을 느껴 더는 얄밉게 볼 수 없게됐다. 다음에 또 멋진 장편으로 유가와를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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