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남 이야기
조한웅 지음, 이강훈 그림 / 마음산책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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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타는 고구마. 이건 초등학교 6학년때의 담임선생님 별명이다. 그리고 이 별명은 선생님께서 스스로 알려주신것이다. 그래서인지 기억에 참 오래 남는다. 뜬금없이 왜 선생님의 별명을 들먹이냐고? 지은이에겐 정말 정말 미안하지만, 기억 속의 선생님과 지은이가 닮아있기 때문이다. 날 믿고 아껴주시고 내가 좋아했던 사람을 닮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그렇다. 두번째 만남이다. 지은이 조한웅은 낭만적 밥벌이라는 책을 먼저 냈었다. 제목이 꿈만 같아 보고싶어졌고 그리 낭만적이지 않은 내용을 유쾌하게 써 낸 글솜씨에 많이 웃었다. 책을 덮을 무렵엔 조한웅=위트 가이 라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카피라이터여서 평소에도 글을 써왔던 사람답게 그는 평범한 일상도 시트콤처럼 풀어내는 재주가 있었다. 카페사장이 되어 향긋한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우아하게 카피를 쓰는 환상에 젖는다. 그래서 정말 카페를 만드는데 시작부터 돈문제를 시작으로 온갖 문제에 부딪힌다. 이런 사정도 그의 재주아래선 만화같은 일상이 되어버린다.  

  이런 매력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됐을때 기뻤다. 표지만 들춰도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제목을 보니 온전히 자기 자신에 대해, 연애에 큰 비중을 둔 자신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 할 것임을 알았다. 서문을 보니 이 책은 카페창업기를 쓴 낭만적 밥벌이보다 후에 출간됐지만 시간적 배경은 그 이전이라 한다. 독신생활에 대한 환상을 갖지만 실제로는 전혀 달랐던 외롭고 고달픈 생활이다. 그렇게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라는 명함을 달고있는 독신남 키키봉-작가의 닉네임-은 부풀다 못해 터져버린 독신생활을 자신의 재주를 마음껏 사용해 털어놓았다. 당연히 이번에도 웃음이 가득하다. 

  글이 재미있는 것도 좋지만 아주 평범한 사내의 속마음과 생각이 솔직하게 드러나있어 더욱 좋았다. 같은 남자라면 공감하는 수준일지 모르지만 여자의 눈에서는 다른 종의 생각과 생활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볼거리이다. 시작부터 키키봉은 최고였다. 그저 젊은 파출부를 원했건만 예쁜 파출부가 오자 안절부절 못하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옆집 여자에게 첫눈에 반하고 그녀와 편지를 주고받다 그녀가 권한 책을 끙끙대며 읽는데 그 사이 이사가버리더라는 고백도 들어있다. 그 책 제목은 육식의 종말이라고. 책 제목인줄 모르고 무슨 이야기일까 상상하다가 이런 사정을 알고는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간간히 나오는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로 감동도 곁들여주니 책을 손에서 놓기가 어려웠다. 

  어느샌가 나는 키키봉의 세번째 책을 기다리고 있었다. 더욱이 그는 책머리에 기대하라고 했다. 이 책이 출판사와의 관계를 불편하지 않게 할만큼 팔리면 창업기 이후의 내용도 뻔뻔스럽게 낼 야심이 있다고 말이다. 그게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의 글을 읽으며 항상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나는 다시 한번 기대하고 있다. 다음엔 꿈에 그리는 신부를 만나 유부남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다. 평범한 한 사람의 일상이 이렇게 유쾌하게 표현될 수 있다면, 내 일상도 어쩌면 생각보다 더욱 재미있고 즐거운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만으로도 그에게 고맙다. 혼자 있어도 웃고싶다면 키키봉의 책을 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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