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인간
샤를로테 케르너 지음, 조경수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조막만한 머리, 인형같은 얼굴, 남부럽지 않게 긴 팔다리, 곱고 하얀 손, 탄탄한 근육, 잘록한 허리...... 갖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며 가끔은 말한다. 나랑 바꿨으면 좋겠다 라고. 누구나 될리가 없는 말이라는것을 알고 있으니 쉽게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여기 걸작 인간에는 그런일이 일어났다. 피치못할 사정에 의해서지만, 어쨌든 서로 다른 두 사람의 머리와 몸이 결합해 한 사람이 되었다. 너무 엽기적이지 않은가. 

  18살의 대학생 요제프는 자전거를 타고 길을 가다가 사고를 당했다. 뇌사상태가 되어 꼼짝도 못하고 있다. 같은 병원 또 다른곳에선 화가였던 게로가 온몸을 다쳐 누워있다. 이제 막 빛을 보기 시작했던 그는 사고로 머리만 멀쩡했다. 자기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음을, 무엇보다 손을 쓸 수가 없음을 알고는 절망했다. 이렇게 희망이 사라진 환자들의 곁에 있던 요제프의 어머니 카라 메치히와 게로의 아내 이본네는 서로의 사정을 알고는 결심한다. 요제프의 몸과 게로의 머리를 하나로 이식하기로. 이렇게 하면 사랑하는 아들이, 사랑하는 남편이 죽지않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여겼다. 병원 측 역시 엄청나지만 구미가 당기는 이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렇게 듣지도 보지도 못한 수술이 실행되고 성공한다. 

  어느 한 사람을 정의하는데에 필요한 요소중 몸을 볼때 그 중심은 머리인가 몸인가. 수술이 끝나고 한 사람이 된 그는 법적으로는 게로로 남았다. 요제프는 사망신고가 되고 게로의 기록에는 요제프의 유전학적 정보가 추가된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일상이 간단하지 않았다. 담당의사 레나에게 꾸준히 상담도 하고 도움을 받지만 그는 머리의 기억을 가진 게로와 몸의 기억을 가진 요제프가 서로 잡담하고 싸우는 사이에서 힘들어했다. 다시 그림을 그리지만 어쩐지 새로 생긴 손은 마음처럼 섬세한 움직임을 내지 못한다. 오히려 자전거를 타는것이 점점 즐거워진다. 이런 게로를 보는 이본네도 상처를 받는다. 

  머리가 없어도 몸이 이전의 생활 패턴이나 취향을 기억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실제로도 정말 그럴지 모르지만. 징그럽다고 생각했던 처음과는 달리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누군가를 정의하는데에 있어 어느것이 필요할까 점점 고민하게 됐다. 적어도 작가의 대답은 제 3의 인격으로 명확히 드러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은, 어느것도 중요하지 않은게 없다는 것. 모든 것이 그 자체로 그 사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하고있다. 그 생각엔 나도 동의한다. 그래서 신인간의 탄생을 축하하고 새 삶이 행복하길 바란다. 물론, 이제 완전히 죽은 요제프와 게로를 생각하면 안됐지만. 

  이 신기한 이야기는 특유의 분위기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소재 자체도 제법 자극적이다. 하지만 불쾌하지는 않다. 모두에게 해피엔딩이어서 인상적이기도 하다. 다만, 그래도 나는 겁쟁이인지 실제로 이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무서울것같다.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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