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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투 오로빌 - 살고 싶은 마을, 남인도 오로빌 이야기
오로빌 투데이 지음, 이균형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언젠가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읽은 적이 있다. 누구나 능력에 맞게 일을 하고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화려하고 값비싼 장신구나 보석이 필요없는 곳이었다. 당시 영국의 정치경제의 모순을 비판하고 풍자하려고 썼다지만 그런 의도와는 상관없이 내겐 어이없지만 한번쯤이라도 생활해보고 싶은 삶이고 사회였다. 나같은 사람이 많았던 것인지, '어디에도 없는' 이라는 뜻이었던 유토피아가 이 작품 이후로 이상향이라는 뜻이 되었다고 한다.
어릴때, 초등학교 저학년일때의 일이다. 언젠가 선생님께서 모두 눈을 감으라고 하셨다. 그리고 질문하셨다. 정확한 질문은 생각나지 않는다. 요지는 이랬다. 일한만큼 그 대가를 얻는것과 모두 같이 일하고 같이 나누는것 중에 후자가 더 좋은사람이 있는지를 말이다. 말 그대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경제체제에 대해 물은것이었다. 사실 말 그대로만 보면 부족한사람을 도와가며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손을 들고싶었지만 어린 마음에 왠지 꺼려져 손을 들지 않았다. 나처럼 반 아이들 모두 손을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선생님이 한숨을 살짝 내쉬던게 기억난다.
유토피아를 읽으면서, 어릴때의 이 기억을 떠올리면서 정말 꿈으로만 남을것이라고 내심 여겨왔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이런곳이 있음을 알게됐다. 바로 웰컴 투 오로빌이다. 싱그러운 녹색 표지에 평화로워보이는 마을의 그림이 그려진 책이다. 1968년 남인도에 세워진 오로빌은 40년동안 변화와 발전을 거쳐 지속되고 있는 곳이었다. 이런곳의 존재 자체가 너무 신기했다.
새벽의 도시라는 뜻을 가진 오로빌은 인류가 인종, 국가, 종교, 문화, 정치 등 스스로 만들어놓은 모든 분리의 장벽을 허물고 하나가 되는것을 이상으로 한다. 스리 오로빈도 사후에 영적 동반자인 마더가 이 이상을 실현할 실험의 장으로 오로빌을 건설했다고 한다. 이렇게 건설된 오로빌은 예기치않게 생기는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책엔 오로빌의 위치와 건립이념, 기후, 주민의 되는 절차와 그곳의 마을 구조, 사회이야기와 사람들의 모습을 모두 담고있다. 그저 신기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지만 한편으로 이제껏 살아온 세상과는 다른 곳이기에 언제까지 지속될수 있을지 궁금함과 걱정이 함께 생겨난다. 부를 목적으로 하는곳이 아니기 때문에 주민들은 자급자족을 하지만 오로빌이 추구하는 이상 아래 모여들거나 방문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거나 품는데에는 힘들어보인다. 이런 염려가 있지만 나 역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사진속에 나온 장소들을 직접 가보고 싶고 깨끗하고 여유로운 그곳을 온몸으로 느껴보고싶다. 어느새 오로빌은 기대와 염려가 함께 공존하는 곳으로 내 기억에 남고 말았다.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설레는 시간이었다.